“토론을 7시간을 했어요. 그걸로 모자라 새벽까지 뒤풀이하고요”
2022.11.03

트레바리에 그냥 신청만 해서는 들을 수 없는 클럽이 있다? 바로 [덕덕] 클럽 이야기입니다. 


- 모임은 오후 2시에 시작해서 8시까지 진행됩니다. 반드시 풀 일정으로 참석 가능한 분들만 신청해주세요.

- 단톡방은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대화가 꽤, 아주, 종종, 매우, 많은 편입니다. 단톡방이 너무 활발한 것에 민감한 분들이나 말이 별로 없으신 분들은 등록 전에 꼭 고려해주시기를 바랍니다.

- 모임 끝나고 뒤풀이가 99.99% 확률로 존재합니다. 모임만 하고 바로 집에 가는 걸 선호하는 분들도 등록 전에 꼭 고려해주세요.


이런 조건이 붙어도 항상 멤버가 넘쳐서 가장 결이 맞는 멤버들과 함께하기 위해 신청 기간 퀴즈를 진행하여 멤버를 선발한다고 하는데요. [덕덕] 클럽만의 이런 전통은 어떻게 함께 만들어졌는지, 작지만 강한 커뮤니티를 구축한 고영은 파트너와 이야기 나눠봤어요.



트레바리가 습관이 됐어요


Q. 2017년에 처음 멤버로 가입하시고, 2018년부터는 쭉 파트너를 하고 계세요. 어떻게 트레바리와의 인연을 시작하시게 되었나요?

고영은: 블라인드에서 트레바리 추천 글을 보고 관심이 생겼는데 마침 클럽 모집 시기인 거예요. 그때는 모집 시기가 1월, 5월, 9월 딱 4개월 단위로 정해져 있어서 그 시기 놓치면 4개월 기다려야 했거든요. 마침 딱 등록시기라 바로 시작했는데, 첫 시즌 해보니까 재밌고 두 번째 시즌 해보니까 재밌고 세 번째 시즌 해보니까 재밌고 그러다 보니까 계속하게 됐어요. 관성 같은 거죠. 습관처럼 트레바리를 했는데, [덕덕]을 하면서부터 정말 끊을 수 없었고, 파트너를 하면서부터 더 끊을 수가 없었어요. 멤버들이 계속해 주시니까요. 이젠 완전 생활이 된 것 같아요. 


저는 책도 습관으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웹 소설이든 가벼운 에세이든 뭐든 읽는 게 습관인데, 가볍게 쓱쓱 넘어가는 거 한 10권 읽다 보면 ‘너무 이런 것만 읽나’ 싶어서 다른 묵직하고 복잡한 책도 한 번 읽고요. 트레바리도 좋은 모임도 있었고 안 좋은 모임도 있었고, 좋은 사람 안 좋은 사람 다 있었지만, 그냥 습관처럼 한 것 같아요. 


Q. [덕덕] 클럽 설명을 보면 “6시간 토론, 그리고 뒤풀이, 끊이지 않고 대화하는 단톡방이 힘들면 신청을 고려해주세요”라고 쓰여 있어요. 18번의 시즌을 거치며 만들어진 [덕덕]만의 규칙들이 있는데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영은 님의 개성과 멤버들이 어떻게 어우러졌는지 궁금해요.

고영은: [덕덕] 시즌 3에 놀러가기로 참여해보고, ‘이 클럽이다’ 느낌이 와서 시즌 4부터 함께 했어요. 몇 시즌 동안 파트너가 계속 바뀌다가 시즌 7에 갑자기 파트너 할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 멤버들과 계속 같이 놀려면 이 클럽을 지켜야 할 것 같아서 파트너 하겠다고 손을 들었죠. 그렇게 갑자기 파트너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시즌 7~10을 거치면서 단톡방 문화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덕덕] 단톡방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언제든 다 할 수 있는 곳이에요. 덕질 일기를 올리는 사람도 있고, 유머랑 드립이 난무하는 아무 말 대잔치가 벌어지기도 하고, 그러다 갑자기 진지한 토론이 벌어질 때도 있죠.


멤버들끼리 실시간으로 리액션하면서 쌓이는 대화도 좋지만, 늦게 카톡방을 열었어도 그 대화에 편하게 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답변 기능을 이용한 끌어올리기도 자유롭게 하고, 그냥 내가 오늘 뭐 했는지, 무슨 덕질을 했는지, 무슨 생각 했는지, 시간이나 맥락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대로 쓰도록 했어요. 일명 집단적 독백이라고도 하죠. 그렇게 단톡방이 활발해지니, 자연스럽게 서로 오늘 뭐 하는지 알게 되잖아요. 시간 맞으면 놀자고 하고, 시간 맞춰서도 놀자고 하고, 번개를 한 달에 10번까지도 했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덕덕]만의 문화가 생긴 것 같아요. 이렇게 친하고 정신없는 분위기이면 신규 멤버가 적응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모집 단계부터 본인의 취향이 확실하고 결이 맞는 분들이 모이다 보니, 단톡방 열린 첫날부터 누가 신규인지 연장인지도 모르고 뒤섞여서 함께 놀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멤버들이 각자 하고 싶은 덕질을 모임에서 함께 하는 거에요" / 식덕 멤버가 『정원가의 열두 달』을 읽고 준비한 모임



익숙해지고 편해지면서 생기는 문제도 있죠


Q. 멤버가 다음 시즌 연장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어요. 이런 결정도 멤버들과 함께 만들어 갔나요? 

고영은: 관성이 중요하긴 한데 익숙해지면 열심히 안 하게 되거든요. ‘한두 번 안 나가도 봐주겠지, 책은 대충 읽고 모임만 가도 되는 거 아니야, 단톡방에서 활동 좀 덜해도 나 바쁜 거 사람들이 다 알잖아.’ 친구 사이는 그럴 수 있어요. 근데 트레바리는 돈을 내고 이용하는 서비스잖아요. 일단 돈을 받는 모임이고, 누군가에게 소중한 시간인데 그 시간에 적당히 참여하는 사람이 있으면 무임승차가 될 수 있어요. 자기는 가만히 있어도 즐겁겠지만 그런 사람이 한두 명 늘어날수록 전체 모임 분위기는 깨지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멤버들이랑 얘기를 많이 했고, 결국 퀴즈를 내서 멤버를 뽑는 클럽을 만들어보면 어떠냐 제안해봤어요. 사실 제가 뭐라고 이런 걸 하나 싶고 걱정도 정말 많이 했는데 오히려 멤버들이 응원해 주셨어요. 멤버들이 “영은 님이 하고 싶은 걸 했을 때 제일 재밌는 것 같다. 영은 님도 [덕덕]의 멤버이고 이 모임을 즐기기 위해 온 거니까 그냥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하셨어요. 그럼 한 번 해보겠다고 트레바리에 건의해서 어떻게 보면 욕먹을 각오를 하고 퀴즈 클럽을 시작한 거죠. 그렇게 13덕 정도부터 퀴즈가 생겼어요. 사실 퀴즈라기보다 본인의 성향이나 클럽을 하는 각오를 적는 일종의 가입신청서인데요. 오히려 게임처럼 재미있게 생각하는 멤버들도 많으세요. (참고로 답변은 이름과 개인 정보가 없는 상태로 오기 때문에, 저는 누가 누구인지 모르고 그냥 답변만 보고 다음 시즌 등록 여부를 판단한답니다.)


결국은 결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클럽 가면 너무 즐겁게 활동할 수 있는 분이지만 우리 클럽이랑은 결이 안 맞는 거죠. 물론 등록이 안 되면 기분이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클럽이 잘 돼야 결국에는 좋은 거니까요. 멤버들도 클럽을 선택하는 거고 저도 선택받기 위해서 열심히 운영하고, 서로 선택하면서 더 열심히 하게 돼요. 당연히 참석률도 엄청나게 좋아지고요.


Q. [덕덕] 클럽은 독후감 제출률이 100%라고요. 

고영은: 늘 100%였던 건 아니지만 거의 100%였는데, 지난 시즌 마지막 모임에 한 분이 못 내셨어요. 이제 99%라고 해야 하나요. (웃음) 독후감 제출을 독려하기 위해 단톡방에서 독후감 빙고를 하거나, 제일 먼저 제출한 사람, 글자 수가 제일 많은 사람 등 가벼운 게임을 해요. 물론 상품도 걸고요. 부득이하게 모임은 못 나와도 독후감 제출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정규모임에서는 책에 대한 단순 감상이나 근황 같은 거 잘 안 물어봐요. 독후감에 다 썼고 단톡방에서 다 이야기하니까요. 


만화책 『칵테일』 덕후가 준비한 칵테일 만들기 이벤트



친할수록 토론이 중요해요


Q. 파트너의 역할이 여러 가지 있잖아요. 책을 고르고, 발제하고, 토론을 조율하는 것, 그리고 [덕덕]은 커뮤니티가 강한 만큼 신규 멤버와 기존 멤버의 관계를 조율하는 것도 있고요. 파트너로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고영은: 저도 커뮤니티 빌딩을 많이 고민했던 때가 있는데요. 독서토론과 커뮤니티는 결국 상호작용을 하는 것 같아요. 커뮤니티가 잘 조직되어서 사람들이 서로 편하게 느낄수록 토론에서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고, 그래서 토론이 깊어지면 그 사람들이랑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으니까 커뮤니티가 잘 만들어지죠.


저희는 트레바리를 돈 주고 친구 사는 시스템이라고 얘기하거든요. (웃음) 멤버들 다 사회생활 활발히 하는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분들인데, 단순히 시간을 보내고 놀 친구가 없어서 오는 거 아니거든요. 돈을 내면서 트레바리에 오는 건 내가 원하는 지적인 대화를 할 수 있고, 비슷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과 놀고 싶어서 오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물론 가볍게 친구 사귀고 편하게 놀려고 오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런 분들은 [덕덕]의 토론이나 단톡방 스타일에 잘 적응을 못하고 그냥 한 시즌 잘 놀고 가세요. 결국 토론하고, 생각을 교환하고, 그로 인해서 바뀐 삶의 모습들을 공유하고, 이런 분들끼리 친해지는 것 같아요. [덕덕]에 대해 그냥 커뮤니티가 끈끈한 클럽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왜 연장했는지 멤버들과 얘기해 보면 결국 대답은 ‘토론이 좋아서’예요. 


Q. 파트너로서 토론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하시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고영은: 저는 정말 토론이 핵심인 것 같아요. 원래도 토론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작년 초 윤수영 대표가 클럽장을 맡은 파프리카 클럽에 참여한 게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됐어요. 그때 발제 준비를 위한 발제 번개와 토론 진행방식이 되게 인상 깊었거든요. 독서 토론을 끌어나가는 건 이렇게 하는 거구나 배웠죠. 


그전까지는 발제자가 조금 얘기하고, 다른 멤버님들도 발제를 읽고 생각하는 걸 말하고 이런 평범한 형태로 진행했는데요. 그 이후로는 발제자와 토론 하루 전에 무조건 2~3시간씩 사전 발제 미팅을 하면서 발제문을 함께 만듭니다. 우선 대화를 충분히 하면서 발제자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끄집어내요. 그리고 다른 멤버들 독후감을 꼼꼼하게 보면서 발제자가 생각했던 내용과 연결하고, 전체적인 흐름과 토론의 방향까지 고려하면서 구성하는 거예요. 마치 대학교 때 문학 수업 듣는 것처럼 책을 엄청 자세하게 분석하기도 하고요. 교훈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지만, 마지막에는 꼭 현실에서 나에게 적용할 부분 또는 우리가 더 생각해 봐야 하는 사회적인 문제에 관해서도 이야기하려 해요. 독후감의 내용이 발제에 영향을 많이 끼치다 보니 멤버들이 독후감을 더 열심히 쓰게 되었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생겼어요. 발제 미팅 때 함께 고민했던 부분이 토론에서 풀려나가는 걸 보면서 발제자들이 희열을 느끼는데요. 그걸 보면서 저도 즐겁고 뿌듯해요. 


Q. 그래서 6시간씩 토론을 하시는 건가요?

[덕덕]은 토론시간이 긴 걸로도 유명한데, 최근에 7시간 기록을 경신했어요. 처음에는 이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이야기가 쌓이고 주고받고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가버리더라고요. 토론이 무르익으면서 속 깊은 의견들을 많이 내주시고 그러다 보니 점점 토론 시간이 늘어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벤트를 열기도 해요. 『정원가의 열두 달』을 읽었을 때는 멤버들에게 정원을 선사하고 싶다며 꽃을 잔뜩 준비한 멤버도 있고요. 바텐더이신 멤버가 만화책 『칵테일』에 대해 발제를 하면서 그에 나온 칵테일들을 만들고, 마티니 만들기 콘테스트를 하기도 했어요. 『나는 왜 명왕성을 죽였나』 책을 읽고는 발제자가 책 내용에 관한 퀴즈를 내고 행성 모양의 초콜릿을 상품으로 가져오시기도 했고요. 멤버들이 각자 하고 싶은 이벤트를 준비하는 건데, 나름 [덕덕]의 전통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나는 왜 명왕성을 죽였나』 독서토론에서 발제자가 준비한 퀴즈와 행성 초콜릿



트레바리 덕질 중이에요


Q. 트레바리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계신 것 같은데요. 트레바리를 하는 것, 또한 덕덕의 파트너라는 것이 영은 님에게 어떤 의미일지 궁금해요. 

고영은: 저는 트레바리가 너무 좋아요. 멤버들끼리 그렇게 친하면 밖에 나가서 너네끼리 해도 되지 않냐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 저는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아요. 이 틀이 너무 좋고, 여기서 계속 성장하는 것들이 느껴지는 것도 너무 좋고, 저희가 저희만의 역사를 쌓아가고 있다는 것도 너무 좋고, 무엇보다 트레바리 모토가 너무 좋았어요.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친하게’ 


트레바리 비슷한 서비스들 지금 많이 생겼잖아요. 일종의 살롱 문화, 새로운 독서문화를 이끌고 있는 트레바리에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너무 즐거운 것 같아요. 오랫동안 트레바리를 하면서 정말 많은 변화를 함께 목격해 왔고, 저는 트레바리와 함께 정말 많이 성장했어요. 


트레바리에서 [덕덕]은 왜 확장성이 없을까 고민하신 것도 알고 있어요. [체험독서], [문], [북씨]처럼 확장성이 있고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클럽들이 있는 반면, [덕덕]은 트레바리라는 틀 안에서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는 작은 클럽인 거죠. 저는 그냥 꾸준하게 이 클럽을 지켜가고 싶어요. 저는 트레바리 덕질을 하는 것 같아요. 멤버들이 너무 재밌으니까 저도 거기에 기대서 놀고요. 그래서 이 클럽을 최대한 제가 할 수 있는 한 알차게 꾸며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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