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흥행하고 있는 영화 ‘엑시트’ 보셨나요?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은 주인공 어머니의 칠순 잔치 중 가족들이 모두 함께 노래방 기계 앞에 모여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었습니다. 영화에서의 주요 장면은 아니었지만, 신나는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함께 신이 나더군요.
음악을 활용한 치료법이 있을 정도로 음악은 우리의 신체와 심리에 큰 영향을 줍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도파민이 분비되고 안정감과 행복감을 증진시키죠. 이렇게 음악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이야기하기 위해 [예술로 좀 더 들어갈 수 있을까] 클럽에서는 롤랑 마뉘엘의 ‘음악의 기쁨 1’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음악의 기쁨'은 작곡가이자 음악 비평가인 롤랑 마뉘엘이 진행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은 것인데요. 롤랑 마뉘엘과 함께 라디오를 진행한 나디아 타그린과 각 분야의 음악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음악이 우리에게 주는 기쁨에 대해 다시 한번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인생에서 음악에의 기쁨의 순간을 꼽아보라면, 주저 없이 오케스트라 동아리에 몸담고 있던 대학교 3학년 여름 연주회로 돌아간다. 대학 오케스트라 관파트 단원에게 3학년 여름방학이란 더운 여름이 끝나고 있는 가장 큰 여름 연주회에서 가장 큰 솔로를 맡아 멋지게 연주해야 하는 부담감이 큰 계절이다. 그해 여름 연주회의 메인 곡은 슈베르트의 미완성교향곡으로 정해졌었는데, 곡이 정해진 그 순간부터 각각 퍼스트 오보에와 클라리넷을 맡고 있던 나와 친구는 1악장 초반부터 오보에와 클라리넷이 번갈아 가면서 주고받는 솔로에 엄청난 압박을 받기 시작했었다. 가장 중요했던 1악장 초반의 솔로는 현악기는 모두 정박으로 나오고 있는데 묘하게 어긋나는 엇박의 솔로가 순서대로 이어져서 둘 중 한 명이라도 잘못 나오는 경우에는 엄청나게 티가 나버리기 때문에 둘 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었다.
더운 여름내 둘이 붙어 앉아서 막대기로 보면대를 쳐가며 압박의 두 달을 보냈었다. 연주가 시작되고, 오보 솔로를 무사히 마치고 클라 솔로도 무사히 마치기를 뒷줄의 친구에게 마음 깊숙이 소리 없이 외쳤던 간절한 마음, 전날까지 불안해했던 친구도 첫 솔로를 무사히 끝냈을 때의 그 기쁨, 한번 잘 시작하고 나니 그 뒤의 솔로들은 믿음으로 이어나갈 수 있었던 연주의 시간, 연주가 끝나고 지휘자 선생님이 둘을 일으켜 세웠을 때의 그 희열은 아직도 잊지 못하는 순간이다.
이 책에 나오는 음악들을 하나씩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 놓고 책을 읽어내려가는 시간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각 악기의 특성과 그로 인해 연주하는 사람들도 갖게 될 수밖에 없는 그 특징들을 다시 환기하며 즐거웠고, 어렵지만 음악에의 기본적인 지식을 따라가는 순간들도 의미 있었다. 주로 정보전달이 많은 책이었지만, 음악의 사명은 '묘사'보다는 '환기'에 있다고 한 구절이 인상 깊었다. 미완성교향곡을 유튜브로 틀어놓고 독후감을 쓰고 있는데 연주를 같이했던 친구들과 다시 그때 당시의 추억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마구 샘솟는다.
<예술로 좀 더 들어갈 수 있을까> 클럽에서 멤버 박지혜 님께서 쓴 독후감입니다.
음악은 평범했던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 힘든 하루의 끝에 지지대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추억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소중한 사람들과 둘도 없는 추억을 만들어 주기도 하지요.
여러분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인가요? 음악을 포함한 예술을 더욱 깊이 이해한다는 것은 통 모를 인간을 분석하고 파고들 수 있는 단서를 줍니다. [예술로 좀 더 들어갈 수 있을까] 클럽은 음악과 미술에 취약하다는 부끄러움을 더는 갖지 않고,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좀 더 풍부한 인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클럽입니다.
사실 나는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어떤 예술적인 결을 가졌는지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거예요. 지금보다 더 풍부한 사람으로, 예술적 취향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나보지 않을래요?
예술적 취향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날 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