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감동의 깊이로 기억되는 것 같아요."
"사람은 감동의 깊이로 기억되는 것 같아요."
2019.05.29

배준영 님의 인터뷰에는 유난히 "좋은"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왔습니다. 그건 아마도 준영님이 좋은 표정을 가진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할까, 좋은 토론은 어떤 것일까와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사람이기 때문일텐데요. 트레바리의 오래된 멤버이자 파트너이기도 한 준영님이 트레바리와 함께 어떻게 더 좋은 삶을 그려 나가고 있는지, 지금 만나러 가보시죠! (인터뷰/사진 최성운 님)



1. 그냥, 오래된 삶의 방식인데요.



본인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저는 카카오에서 인사업무를 하고 있고, 트레바리에서 활동한지는 만 3년이 됐어요. 이번 시즌에는 [국경]의 멤버로 참여하고 있어요.


3년 동안 활동하신 만큼 다양한 클럽을 거치셨을 것 같아요.


시작은 [실전경영]이었어요. 경영서가 아닌 <군주론> 같은 인문학 고전을 읽고서 경영에 대해 이야기하는 클럽이에요. 다음으로 [비즈니스], [AI], 중국의 IT 기업을 다뤘던 [차이나스토리], 네이버 전 대표 김상헌님이 클럽장으로 계시는 [EX:IT]과 같은 클럽에서 파트너로 활동했고요.


일종의 경향성이 보이는 것 같은데, 경영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학부 때 경영학을 복수전공했어요. 보다 직접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예술의전당 하우스 부매니저로 일을 했을 때였어요. 작은 규모지만 매니지먼트라는 걸 직접 경험해보게 됐어요. 동기부여, 일의 목적, 성과목표, 팀워크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었는데요. 이런 고민들이 저는 재밌게 느껴지더라고요.


직무에 대한 고민과 접점이 있던 클럽을 선택해오셨던 거군요.


시간을 어떻게 쓸지에 대한 고민이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고 싶은 만큼, 회사에서의 고민과 클럽에서 다루는 주제가 겹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어요.


3년 동안 빠지지 않고 활동해 오신 건,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으셨기 때문일까요?


한 달에 한번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제가 보지 못한 면을 이해하는 일의 기본적인 가치가 있으니까요. 사실 처음 트레바리를 접했을 때는 ‘이런 모임도 가능하다니!’ 하면서 흥분되는 느낌이 있었다면, 지금은 일종의 삶의 방식이 된 것 같아요. 매월 트레바리를 통해 얻는 지적 자극, 사람들과의 만남은 저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거든요. 



2. 표정이 좋은 사람에서 감동을 주는 사람으로.



원래 배움에 대한 욕구가 크신 편인가요?


그전부터 책을 좋아해서, 여유가 되면 일주일에 한번 서점을 갔어요. 서점을 걷는 동안 ‘세상의 지식이라는 게 이런 방식으로 카테고리가 나눠져 있나 보다' 하면서 제 생각이 확장되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사람들이 어떤 표정으로 와서 얼마나 머무르는지 보는 것도 좋아했어요. 여러모로 머리를 말랑말랑하게 하러 가는 공간이었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표정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텐데, 기본적으로 타인에 대한 관심을 갖고 계신가 봐요.


사람에 관심을 가지게 된 데는 단계를 나눌 수 있는데, 처음에는 단순히 표정이 좋은 사람을 닮고 싶었어요. ‘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기에 저렇게 멋진 표정을 갖고 있을까?’ 싶은 궁금증이 있었던 거죠. 거리를 걸을 때도 따라하고 싶은 표정이나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을 보는 습관을 갖게 됐어요. 두 번째는, 하우스 부매니저로 일하는 동안 컴플레인을 무척 많이 처리해야 했거든요. 논리만으로 사람의 감정이 풀리는 게 아니라, 꼭 감성이 같이 들어가야만 한다는 걸 깨닫고 사람의 심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그리고 공연장은 무엇보다 감동이라는 키워드가 중심이 되는 장소잖아요. 사람은 감동의 깊이로 기억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감동의 깊이로 기억된다는 말의 뜻을 좀 더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연주자가 와서 연주를 하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잖아요. 그러면 그 사람은 관객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아요. 저도 잠깐 연주를 봤을 뿐인 연주자가 타계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치 소중한 사람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사람은 감동의 깊이로 남는구나, 나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좋은 표정을 닮고 싶다는 데서 시작했다면, 이제는 누군가에게 좋은 표정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이제 스스로는 표정이 좋은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세요?


그때마다 다르겠지만, 인상이 좋다는 말은 가끔 듣는 것 같아요. (웃음)



3. 좋은 토론, 먼저 ‘들어야’ 합니다.



준영님은 3년 동안 한 시즌을 제외하면 쭉 파트너를 해오셨다고 들었어요. 트레바리 파트너로 활동한다는 건 어떤 의미를 가진 일인가요?


저는 파트너의 역할중에서 토론의 퀄리티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곳에서도 사람을 만나서 친해질 수는 있지만, 트레바리가 특별한 이유는 함께 토론을 하면서 짧은 시간 내에 깊게 사람을 알 수 있다는 것 같거든요. 그런 면에서 파트너 활동은, ‘좋은 토론을 위해서는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 라는 질문에 대해 계속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어요. 토론에 참여하는 분들이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발산하고 함께 결론으로 수렴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는 경험이 저에게는 무척 의미 있었습니다. 


그럼, 좋은 토론이 이루어지기 위한 조건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중요한 것은 선뜻 공감이 되지 않을 때인 것 같아요. 상대방의 의견에 공감될 때는 내가 잘 듣고 있는지 걱정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노력하지 않아도 공감이 되고요. 공감이 되지 않을때 ‘저 사람은 나와 다르구나’라는 생각에 선을 그으면 대화가 어려워지더라고요. 다른 사람의 의견에 공감이 가지 않아도 한번 더 맥락을 물어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게 경청인 것 같아요


좋은 토론을 위해 어떤 노력들을 했었나요?


저는 모든 멤버의 이야기를 편견없이 듣기위해 노력을 많이 했어요. 가장 열심히 듣는 사람이고 싶었죠. 그래야 다음 발제문으로는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 누가 이 타이밍에 좋은 이야기를 더해줄 수 있을지 볼 수 있거든요. 그런 맥락에서 멤버들의 독후감을 열심히 읽었어요. 누가 어떤 의견을 갖고 이 자리에 오셨는지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거죠. 또 다른 방향으로는, 모임 전 책을 읽을 때부터 함께 읽는 재미를 만들어 드리려고 노력했었어요. 마라톤도 같이 뛰면 더 수월하듯 완독에도 도움이 되도록이요. 서로 책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토론이 풍성해질 수 있으니까, 사전에 좋은 여건을 만들어두려고 노력했던 거예요.


카톡방에서 주기적으로 알림을 주시거나 했던 건가요?


음 주기적인 알림보다는.. (웃음) ‘매일 15분 책 읽기’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던 적이 있어요. 매일매일 정해진 진도를 똑같이 읽고, 오늘 읽은 내용 중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이나 각자에게 들었던 생각을 공유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서로간의 차이도 더 잘 확인할 수 있을 텐데, 이게 한 달 동안 누적된 다음 이루어지는 토론과 그렇지 않은 토론 사이의 차이는 클 거라고 생각해요.


아까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셨던 얘기가 파트너로서의 일과도 이어지는 것 같네요.


제가 직접 감동을 드리는 건 아니지만, 모두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는 문화를 가꿔보고 싶었던거죠. 파트너가 중심이기 보다는 모두가 중심인 모임이 되었으면 했거든요. ‘매일 15분 책 읽기’ 같은 것도 결국 멤버 분들이 즐겁게 참여해주시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으니까요. 어떻게 저와 멤버들이 가장 트레바리다운 경험을 할 수 있을지가 제 관심사였어요.



4. 개인기보다는 팀플레이





함께 모임을 만들어나갔던 경험의 또 다른 예시도 있을까요?


함께 만드는 클럽 파트너를 하면서 책을 선정할 때 이렇게 했던 적이 있어요. 먼저 우리에게 좋은 토론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 세 가지를 뽑고, 기준에 따라 투표(5점 척도)를 진행했어요. 예를 들면 ‘우리가 친해지는 데 도움이 될까?’라는 질문에는 5점, ‘새로운 정보를 얼마나 줄까?’에서는 4점. 고득점 표수가 많은 책을 선정했는데, 모두의 참여로 우리 클럽에 제일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을 고르고 싶었거든요. 책의 퀄리티를 다같이 고민할 수 있는 방식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파트너의 개인기 보다는 모두의 참여로 4개월 동안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계속 고민했던 것 같아요.


평소에 비즈니스에 대한 고민을 즐기시는 편이라고 하셨는데, 혹시 트레바리라는 서비스도 고객으로 이용하는 것만이 아니라 비즈니스 관점에서 바라보신 적이 있나요?


네, 생각해본 적 있어요. 트레바리의 핵심은 기존에 없던 네트워크를 만들어주는 것인데, 그 중심에는 취향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는 것 같아요. 취향이라는 건 높은 심리적 안정감을 만들어주잖아요. 여담이지만, 그래서 저는 트레바리가 공동주거 사업을 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 심리적 안정감이 높은 커뮤니티에 공동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면 이용률이 높을 것 같아요. 


흥미로운 관점이네요. 준영님도 여기서 만난 분들과의 관계에서 가치를 많이 느끼고 계실 테고요.


그럼요. 실제로 [비즈니스] 멤버 분들과는 아직도 연락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그분들은 번개로 만나서도 비즈니스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하는데, 업데이트가 빠른 분들이어서 그런지 서로 할 이야기도 많고 자극도 많이 받아요.


마지막으로, 준영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과 이유를 듣고 싶어요.


<투자에 대한 생각>은 [투자입문]에서 읽었던 책인데, 읽으면 읽을수록 ‘삶에 대한 생각’이 더 맞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웃음) 제 삶의 리스크를 잘 관리하고 있는지 고민하게 해준 책이에요. 지금 제가 사용하는 시간들이, 가령 회사 일도 있고 공부도 있고 취미 활동도 있는데, 이 조합이 미래의 리스크를 잘 분산시킬 수 있도록 짜여있는 건지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솔직히 말하면,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이 따로 있다기보단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메시지를 주는 책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어떤 책을 읽어도 저에게 의미 있는 내용을 뽑아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리스크를 잘 관리해나가시길 바랄게요.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트레바리를 내 삶에 고스란히 녹여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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