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감명 깊게 읽었던 책 리스트 by 홍진채 클럽장
2020.01.03

1. 금융의 모험 / 미히르 데사이

 

 

2018년 9월 선물 받고 처음 몇 장 읽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서 스킵했던 책이었는데요. (당시에는) 이 책이 이 목록에 올라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지난해 2월에 다시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무슨 이유인지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꽂히더라고요. 불확실성, 리스크, 옵션, 보험, 가치, 거버넌스 등 금융쟁이에게 익숙한 개념을 인생의 개념으로 풀어서 이야기하는 책이었습니다. 

 

가장 감명 깊었던 파트는 ‘레버리지’였는데요. 옵션만을 소유하고 의무를 지지 않는 삶이 안전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채무를 짊어진다는 건 그만큼 주변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삶의 윤택함과 재미는 더 많은 관계 맺음에서 나오는 거 아닐까’ 하는 고민을 던져줍니다.

 

2. 삶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 칼 포퍼

 

 

2017년 3월 독서모임에서 사랑하고 존경하는 강민구님(트레바리 국경 멤버)께서 빌려주신 책으로, 당시 읽다가 시간이 부족하여 덮었던 책이었습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가슴에 꽂혔는데, 완독을 못한 게 못내 아쉽던 중에 2019년 4월 다른 모임에서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을 읽기로 한 기념으로 3월에 워밍업 차원에서 읽었습니다.

 

후반부 자연과학에서는 약간 텐션이 떨어지는 느낌이라 아쉽지만, 생각의 유연함, 실수로부터 배우기 등 뼈에 새겨야 할 교훈을 매 페이지 던져줍니다.

 

칼 포퍼의 정수를 아주 쉽게 풀어써줬다는 점에서 인생의 선물 같은 책이었어요. 3년마다 한 번씩은 다시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3. 열린 사회와 그 적들 / 칼 포퍼

 

 

한 페이지 읽는 데 10분, 모든 문장이 논증으로 구성된 세상 밀도 높은 책입니다. 

 

결국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예측의 불완전성’입니다. 특히 본질주의 - 유물론적 사고의 위험성에 대해서, 포퍼답지 않게 분노에 차서 쓴 책이었는데요. 전체주의의 무서움을 직접 목격했으니 그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본질주의, 역사주의에 대해서 플라톤 - 아리스토텔레스 - 헤겔 - 마르크스로 이어지는 사조를 낱낱이 공격하는데, 그 내용이 너무나 방대해서 쉽게 요약할 순 없습니다.

 

다만 기억에 남는 한 구절을 뽑자면, "음모론은 그다지 신경 쓸 가치가 없다. 음모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음모는 언제나 존재한다. 문제는, 그 음모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계획은 언제나 예상 밖의 사건으로 좌절된다. 더 큰 문제는 음모론에 집착하는 자들이 권력을 잡았을 때 발생한다. 그들은 그들의 계획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원래 세상 일이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계획의 실패를 그들에게 반대하는 음모를 꾸민 자들 탓으로 돌리고, 배후를 색출하고자 한다." 

 

참 많은 오해를 받으시고, 여러모로 악용되기도 한 책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생에 한 번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4. 워런 버핏 바이블 / 워런 버핏

 

 

버핏 주주서한은 주기적으로 책으로 엮어져 나옵니다. 군대를 갓 제대했던 2006년에 (약간의 허세를 겸해서) 읽었던 책이 '나, 워렌 버펫처럼 투자하라'였고, 그 이후 13년 만에 다시 접한 버핏옹의 목소리였습니다.

 

사이사이 주주서한을 직접 보기는 했지만, 이 책처럼 잘 편집된 버전으로 보면 새로운 맛이 느껴지더라고요. 투자란 무엇인가, 투자자산은 어떠해야 하는가, 투자자는 어떠해야 하는가 등 모든 페이지가 명언으로 넘쳐나서, 이북이 아닌 하드카피로 보았다면 책이 너덜너덜해졌을 거라는 생각에 아찔합니다.

 

 투자를 업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좋든 싫든 피해갈 수 없는 필독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5. 바가바드 기타 / 작자 미상

 

 

"결과에 집착하지 말지어다." 이 한 마디로 끝없는 울림을 주는 책입니다.

 

투자를 업으로 삼으면서, 그리고 창업을 한 이후 줄곧 고민하던 불확실성이라는 요소에 대해서 한 문장으로 정리해버릴 수 있었습니다. 무작위성에 따른 결과는 ‘신이 점지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가 잘 나왔다고 우쭐해해서도 안 되고, 결과가 잘 못 나왔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도 없다’고 말이죠. 

 

그러나 행동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 오늘 해야 하는 일을 오늘 함으로써 열반에 한 걸음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삶에서 통제 가능한 요소를 가다듬고 통제 불가능한 요소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서 5천 년 전의 책이 이렇게나 명쾌하게 설명해줄 수 있다니.. 경전의 위대함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6. 헨리 키신저의 세계 질서 / 헨리 키신저

 

 

항상 두려워하며 미뤄놨다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강제로 읽은 책인데, 역시 키신저 옹은 위대했습니다. 경험과 학식을 극강으로 조화시킨 선생님께서 들려주는 이야기라고나 할까요? 옆집 할아버지의 옛날 이야기처럼 툭툭 던져주는 말 한 마디가 논문 하나 정도의 깊이를 담고 있었습니다. 

 

4월에 포퍼의 책을 읽고 이렇게 밀도 높은 책을 또 접할 수 있을까 했는데, 3개월만에 갱신당해버렸습니다. 유럽의 질서는 베스트팔렌에서 비롯되었고, 중동의 질서는 서구의 질서와 근본적으로 양립할 수 없고, 아시아의 질서는 하나로 요약하기 어렵고, 미국의 질서는 본질주의와 실리주의 사이에서 헤매는 중이라고 합니다. 거칠게 요약하면 대략 이런 내용이지만, 읽지 않고서는 도저히 그 깊이를 전달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지 않고 국제정세를 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7. 인공지능 투자가 퀀트 / 권용진

 

 

7월 16일 옥스포드 수학과 김민형 교수님의 강연을 들으러 갔다가 아주 운 좋은 계기로 잠깐 강연 전에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어쩌면 인생을 바꾼 순간이었을 수 있다 싶습니다. 


(참고 - 세계적인 수학자는 왜 구조주의를 주목하나)

  

‘당신은 무슨 일 하시냐’라는 아주 일반적인 소재로 시작된 대화가, 헤지펀드 - 퀀트로 넘어가더니, 인과관계와 상관관계의 차이로 넘어가고, 인간 매니저와 퀀트 매니저의 궁극적인 차이는 quantified input의 차이밖에 없지 않나 하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분명 금융에 대해서 문외한인 사람의 질문으로부터 이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니, 세계급 석학의 레벨에 경탄했습니다. 그 날 이후 '퀀트'라는 단어가 들어간 모든 책을 사서 읽는 중인데, <인공지능 투자가 퀀트>는 그 첫 책이었습니다. 

 

우리가, 특히 기존 금융권에서 업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이해하는 퀀트라는 게 얼마나 피상적이고 지엽적이었는지를 일깨워주더라고요. 퀀트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큰 그림을 그려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8.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 / 맥스 테그마크

 

 

우주적 차원에서의 의미 담론에 대해서, 질문을 피해가지 않고 끝까지 대답을 구해보고자 한 노력의 결실이 담긴 책입니다. 공돌이 감성의 인공지능 스페이스 판타지로, 주변에 인공지능의 미래, 특이점, 우주멸망 등을 논하다가 '어차피 그거 다 의미없는 이야기 아니냐'라고 결론지어버리려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들이밀면 됩니다. ㅎㅎ

 

9. 템플턴 플랜 / 존 템플턴

 

 

10월은 개인적으로 참 힘든 달이었는데, (11월이 더 힘들었다는 건 함정) 힘든 시기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군대에 있던 시절 처음으로 읽고 마음을 다잡았었는데, 15년이 지난 지금 또 큰 위안을 얻었습니다.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은 다른 사람과의 생각 차이를 보는 것도 큰 가르침이었는데요. 부제인 'Personal Success and Real Happiness'를 곰곰이 생각해보면서 한 챕터씩 읽어보면 경건해집니다. 특히나 'Real Happiness'를 앞서 이야기한 확률론적 사고, 바가바드 기타의 교훈과 이어서 생각해보면, 하루하루를 충만하게 보내는 삶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10.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실험실 / V. S. 라마찬드란

 

 

고장난 컴퓨터를 고칠 때 컴퓨터에 대한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듯이, 고장난 두뇌를 고칠 때 두뇌에 대한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준 책이었습니다. 의식은 두뇌가 수행하는 연산의 아주 일부일 뿐입니다. 행동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인간의 비합리성이나, 종교에서 이야기하는 금욕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의식이 의미가 없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의식이 존재함으로써 이 우주가 의미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작년의 '자유로서의 발전'에 이어 올해 '바가바드 기타', 그리고 이 책까지, 인도 철학의 오묘함을 느낀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읽지 못한 책들이 너무너무너무 많은데요. 올해에 읽을 책들도 기대가 많이 됩니다 ㅎㅎ

 

- 홍진채 [돈돈] 클럽장 / 라쿤자산운용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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