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실험인 거예요. 저를 변화시키고, 저를 알아가는 데 필요한 실험."
2019.02.13

새로운 만남은 설레지만, 두렵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불확실성에 자신을 열어놓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노예슬님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자신이 될 수 있는 모습의 한계를 짓지 않고 나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는 더 좋은 나를 꿈꾸게 하니까요.


예슬님이 그리는 더 좋은 나는 어떤 사람일지, 함께 만나보시죠. (인터뷰/사진 최성운님)




1. 경계가 없는, 경계를 확장하는




파트너를 맡고 계신 [무경계]는 트레바리를 대표하는 클럽 중 하나잖아요. 경계가 없다는 것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말 그대로 경계가 없다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독서의 경우에는 평소에 읽지 않던 책을 읽어보고, 만남의 경우에는 평소에 해보지 않던 일을 해볼 수 있죠. 안 해봤던 걸 같이 하다보면 의외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 재미를 하나씩 발견해갈 수 있다는 게 장점 같아요.



[무경계]에 참여하는 멤버 분들의 배경도 다양할 것 같아요.


지금까지 만난 멤버 분들을 살펴보면, 교사, 건축가, 영업직, 작가까지 다양한 분들이 계세요. 각자 속해 있는 분야가 다르니까, 한 권의 책을 놓고도 여러 관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여러 의견이 부딪히면서 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는 없나요?


파트너로서 발언권을 분배하고, 대화가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편안한 공간을 제공하는 게 저의 역할이에요. 물론 모두가 모든 의견을 다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아니겠죠. 때로는 서로 다르다는 사실만 인지하고 넘어가기도 하지만, 다른 의견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인식이 넓어지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파트너로서 예슬님이 지향하는 클럽의 방향은 무엇인가요?


제가 클럽 소개글에 “나와 다른 색이 알고 보니 나를 가장 잘 드러내주는 색일지도 모른다.”라고 적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무채색을 좋아했는데, 최근에는 채도가 높은 옷들도 입어보기 시작했거든요. 또 친구들 말로는 그 옷들이 저와 안 어울리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무경계]를 통해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에서 또 다른 방향으로 경계를 확장해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2. 스스로 실험하기



예슬님은 이제 본인의 색깔을 찾으셨나요?


저는 원래 모임에 나가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었어요. 집순이였고,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진 않았어요. 트레바리를 하면서 적응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많이 듣고 배우고, 낯을 점점 덜 가리게 되면서요.

사실 파트너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저 자신을 알고 싶어서이기도 해요. 내가 이 자리에서 얼마나 적응할 수 있을까, 나의 영역은 어디까지일까. 파트너라는 자리는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자리이니까, 부담스러우면서도 극복해보고 싶었어요. 일종의 실험인 거예요. 저를 변화시키고, 저를 알아가는 데 필요한 실험. 저만의 색깔은 아직 찾지는 못한 것 같지만, 다양한 색을 입혀보고 있어요.



변화에 대한 욕심이 많으신 편인가 봐요.


어릴 때부터 새로운 걸 배우는 건 좋아했는데, 문제는 꾸준히 하는 걸 못했어요. 일정 실력 이상이 되려면 연습을 계속해야 되는데, 못하는 제 자신이 싫어서 지쳐버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커서는 그러지 않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트레바리에 참여하시는 것이기도 할 테고요.


네. 특히 트레바리는 멤버들이 바뀌니까 매 시즌이 새로워요. 지루할 틈이 없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분들이 좋으니까 또 다시 신나서 계속 만나고 얘기하고, 또 만나고. 매 시즌 새로운 분들과 새로운 놀이를 쉴틈없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지칠 만하면 새 시즌이 시작해요.



약간 삐딱한 질문인데, 어떻게 그렇게 좋은 사람만 있을 수가 있나요?


좋은 분들만 계시지 않아요. (웃음) 저와 안 맞는 분들도 만났지만, 그것도 실험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저와 안 맞는 사람이 다른 분에게는 좋은 사람일 수 있잖아요. 저에게는 파트너로서 모임을 조율해야 할 책임이 있으니까, 그런 분들을 대하는 방식도 조금씩 달리하면서 실험을 해보곤 해요.



사람들을 만나면서, 스스로 가졌던 생각이 바뀌었나요?


생각보다 사람들에게 받는 에너지가 크다는 걸 느꼈어요. 저를 모르던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데 오히려 서로 더 잘 듣게 되고,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더라고요. 혼자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보다 많은 대화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어요.





3.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예슬님이 생각하는 좋은 대화란 무엇인가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번에 파트너들이 모여서 독서토론을 하는 비정기 모임에 다녀왔는데, 거기서 다뤘던 책에 작가가 생각한 좋은 대화에 대한 문장이 있어요. “자신이 말을 하는 시간과 상대방의 말을 듣는 시간이 사이좋게 얽힐 때 좋은 대화가 탄생하는 것이라 나는 그때 김선생님을 통해 배웠다.” 읽으면서 그런가? 싶었어요. 저는 말을 하는 것보다는 들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거든요. 7 대 3 정도로. 요새는 상대방이 내 얘기를 더 듣고 싶지는 않았을까, 마냥 듣기만 하는 것보다 저의 관점도 이야기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고민하고 있어요.



어떤 책인가요?


박준 시인의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겠지만>이라는 책이에요.



길지 않은 글을 묶은 산문집이라고 들었는데, 그런 책으로는 어떤 발제를 하는지 궁금하네요.


이번엔 특이하게도 지정 발제자가 없이 각자가 책을 읽고 떠오른 질문들을 모아서 발제를 했어요. 저는 “바람직한 어른의 상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을 냈고요.



그 질문을 떠올린 이유는 뭔가요?


책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작가가 만났던 선생님 한 분이 당신께서는 지금까지의 삶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세요. 그 어른의 모습을 보면서 제가 되고 싶은 어른의 모습은 무엇일지 생각하게 됐어요. 트레바리를 하는 이유는 결국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싶어서잖아요.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고 싶다는 게 모두의 소망일 텐데, 되고 싶은 목표는 전부 다를 테니까요.



예슬님은 어떤 어른이 되고 싶으세요?


저는 올챙이 적 시절을 아는 개구리가 되고 싶어요. 나중에 50, 60대가 되어도 저의 어렸을 때 모습을 기억하고, 제가 어떤 실수들을 했었는지 기억하고 싶어요. 그래서 당시 저와 같은 나이대의 사람들을 보게 되어도 ‘왜 이렇게 철이 없어’가 아니라 ‘나도 그랬었지’라고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의 유연함을 잃지 말아야겠죠.




4. 사회를 바꾸는 개인들



다음으로는 파트너를 맡고 계신 또 다른 클럽, [체인지메이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단어가 생소하더라고요.


‘체인지메이커’는 이혜영 클럽장님께서 한국 대표로 계신 ‘아쇼카’에서 처음 만든 표현이라고 해요. 사회적 가치를 지닌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단어라고 할 수 있어요. 비전은 ‘Everyone A Changemaker’.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영웅 한 사람이 나타나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각자가 또 함께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말이예요.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게 꼭 거대한 일만은 아니라고 독려하는 것 같네요.


네. 1월에 <당신은 체인지메이커입니까?>라는 제목의 인터뷰집을 읽었는데, 책에 ‘내 주변 3미터만 변화시키자’라는 내용이 나와요. 공감이 갔어요. 저도 어떤 문제를 인식하면 먼저 주변에 알리는 일부터 시작하거든요. 그러면서 점점 퍼져나가고, 나비효과를 내면서 변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멤버 분들도 체인지메이커로서 사회 변화를 위해 힘쓰고 계신 분들인가요?


실제로 관련 일들을 하고 계신 분들이 많아요. 동물 복지, 환경, 지역 사회, 교육, 문화 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 노력하고 계신 분들을 많이 뵀어요.

인상 깊었던 분으로는, 작년에 수능을 보셨던 분이 계세요. 외국에서 지내시다가 한국에 오셔서 입시를 치렀는데, 한국의 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드셨대요. 하지만 지금은 대학생이고 배워야 되는 시기이니까, 현장에서 체인지메이커 역할을 하는 분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오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추측컨대 어린 나이이실 텐데 굉장히 열정이 넘치는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예슬님께서 만들어 내고 싶은 사회 변화도 있나요? 있다면 어떤 방향인가요.


어르신들에 대한 배려가 많은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지난 구정 연휴에 들은 말인데, 귀성길 기차 입석은 모두 노인들이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안타까웠어요. 생각해보면 많은 분야에서 모바일에 익숙치 않은 세대를 배려하지 않고 적응하도록 강요해요. 저희 부모님 세대만 해도 모바일 어플 사용이 편하지는 않거든요. 저도 나중에 나이가 들면 또 다른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지 못할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문화적으로 소외되는 세대가 없도록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5. 약한 연결의 힘



미리 책 한 권을 가져와주시기를 부탁드렸었는데요, 어떤 책을 가지고 오셨나요?


<낯선 사람 효과>라는 책이에요. 사람들 사이의 네트워크는 약한 연결과 강한 연결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약한 연결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책이에요. 약한 연결로 맺어진 사람들이 삶에 도움이 되고, 성공의 열쇠가 된다고 말하고 있어요. 이 책을 처음 읽은 게 6년 전인데 지금 보니 어조가 무척 강하네요. (웃음)



약한 연결이 예슬님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경험이 있나요?


이전 직장에 입사할 때의 일이에요. 제가 다른 회사의 면접을 봤다가 떨어졌어요. 그런가 보다 싶었는데, 얼마 뒤에 당시 면접관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자신이 아는 회사가 사람을 찾고 있는데 제 능력이 그곳에 더 맞을 것 같다면서요. 바로 끊어질 수도 있었던, 약한 연결고리로 인해 제가 새로운 일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정말 신기한 일이네요.


그렇죠. 예전에 친하게 지내던 언니에게서도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우리는 가끔 만나기 때문에 더 오래 만날 수 있는 거라고. 그때는 이해가 잘 안 갔는데, 나중에 책을 읽고 생각해보니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더라고요.



책으로부터 구체적인 행동 요령을 배웠다기보다는, 전체적인 메시지에 공감해오셨다고 할 수 있겠네요.


원래는 자기계발서를 안 읽었어요. 좋은 내용도 많지만 살짝 오지랖 같아서. (웃음) 책이라는 게, 타이밍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 책은 싫어’라고 생각했다가도 시간이 지나서 보면 괜찮을 수도 있고, 반대의 케이스도 존재하고. 제가 처한 상황에 따라서 책에서 받는 감동이 다르더라고요. 이 책을 읽을 당시의 저는 깊이는 있지만 다소 좁은 저의 주변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책의 내용이 더 와닿았던 것 같아요.



트레바리에서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와 잘 맞는 책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고르기도 했어요. 트레바리를 하면서 이 책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가끔 낯선 사람들의 이야기가 크게 다가올 때가 있는데, 어쩌면 서로를 모르기 때문에 필요한 이야기를 더 쉽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도 우연히 만나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옅은 관계로 지내는 사람들로 인해 저의 삶이 더 풍부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앞으로 더 그렇게 되기를 바랄게요.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를 변화시키고, 나를 알아가는 실험이 가능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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