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일을 할까요?
교세라의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는 이렇게 말합니다.
"일은 단지 생계를 위한 것만은 아닙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최선을 다한다면 인격의 완성을 이룰 수 있습니다."
지금 좋아하는 일을 하고 계신가요?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일 수도 있입니다. 하지만 오늘의 인터뷰이 해찬 님은 '그렇다'고 말합니다.
"모임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항상 설렜어요.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고, 여기서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떻게 더 건강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에 기여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계시다는 해찬 님을 만나보았습니다. 해찬 님이 어떻게 어떻게 트레바리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지, 지금 들어보세요! (인터뷰 글/사진 최성운 님)
본인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안국 아지트에서 아지트 크루로 일하고 있는 윤해찬입니다. [나초-셋목]의 파트너도 맡고 있어요.
해찬님도 트레바리와 멤버로 먼저 인연을 맺으셨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친구가 SNS에 올린 게시물을 보고 트레바리를 처음 알게 됐어요. 당시 제가 취준생이었고, 전공이 마케팅이어서 18년 1월에 [셀셀] 클럽의 멤버로 시작을 했어요.
멤버로서 경험한 트레바리는 어땠나요?
제가 본 친구의 게시물은 독서모임이 아닌 번개 후기였는데, 처음에는 책을 읽는 것보다도 마음 맞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신청했었어요. 그런데 실제로는 독서모임 시간이 저에게 더 와 닿더라고요. 그전까지는 책을 혼자서만 읽었고, 토론을 해본 경험도 없었거든요. 글을 쓰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이게 이렇게까지 즐거운 일일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다음에는 또 어떤 클럽을 경험하셨나요?
5월 시즌에는 [마음-블루]에 들어갔어요.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을 겪던 때였는데, 외부 요인에 의한 게 아니라 저 스스로 자초한 결과였거든요. [마음-블루]를 하면서 제 마음을 돌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고, 실제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오신 다른 멤버 분들도 많았어요.
[마음-블루]는 해찬님이 스스로 회복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나요?
네. 무엇보다 공감을 받을 수 있었어요. 모임에서 읽은 알랭 드 보통의 <불안>에 이런 내용이 있었거든요.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누구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느냐 하는 것은 의지에 따른 자유로운 선택”에 달렸다고요.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고 멤버들로부터 공감과 이해를 받으면서 천천히 회복할 수 있었어요. 또, 그때가 제가 트레바리에 처음 지원했다가 낙방했던 시점이었어요. (웃음) 꼭 들어가고 싶었던 회사에 떨어지고 나니까 저를 더 객관적으로 인식하게 됐어요. 바닥을 쳤으니까 다음에는 올라갈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 계기들이 모여서 더 나아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번 낙방의 아픔을 겪으신 줄은 몰랐어요. 채용 과정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제가 멤버로 참여한 지 5개월쯤 된 때였어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모임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항상 설렜어요.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고, 여기서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때 대표님의 브런치 계정에 채용공고가 올라온 거예요.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날 바로 자소서를 완성했는데, 제가 봐도 괜찮은 글 같았어요. (웃음)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어요. 요약하자면 ‘왜 트레바리인지’를 진심으로 물어보는 내용이었어요. 저 역시 진심 그대로를 써내려간 메일을 보냈고, 곧 면접을 보게 됐죠.
면접은 어땠나요?
대표님과의 1대1 면접이었는데, 그때껏 지원했던 다른 기업들의 딱딱한 입사 면접과는 전혀 달랐어요. 회사의 비전과 부합하는 사람인지 그리고 현실감각을 갖추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셨던 것 같아요. 스스로 생각해봐도 그때는 대답을 잘하지 못했어요.
많이 아쉬우셨겠어요.
물론 아쉬웠지만, 그 일을 계기로 저 자신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어요. 자기객관화의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가 글을 쓰고 다시 읽어보면서 스스로 되돌아보는 거잖아요. 저 역시 삶의 소소한 변곡점에서 매번 일기를 쓰던 시기가 있었어요. 문제는 그걸 다시 읽지 않았다는 거예요. 그때부터 글을 쓰고 나면 꼭 회고를 하고, 공개적인 장소에 올리는 일을 시작했어요.
자기객관화를 통해 개선해야겠다고 생각한 점은 무엇이었나요?
어릴 때부터 성격검사를 하면 매번 성취욕이 높지 않은 편이라고 나왔거든요. 치열하게 도전하고 실패하면서 배우는 일은 저와 맞지 않는다고 결론짓고 있었는데,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사회에 나와서, 꼭 함께 일하고 싶은 회사에 못 가게 됐잖아요. 성취욕이 없다는 건 변명에 불과했다는 걸 깨달은 거죠. 비슷한 시기에 꾸준한 운동으로부터 생겨난 몸의 변화를 느끼기도 하면서, 열심히 임하면 바뀐다는 걸 여러모로 깨닫게 됐어요. 아직 부족하지만 예전과 비교해서 달라진 점이에요.
그 뒤에 대표님께서 다시 연락을 주셔서 입사하게 되셨다고요. 크루로서 경험한 트레바리는 어떤 곳이었나요?
첫 인상부터 강렬했어요. 제가 수요일에 입사를 했는데, 당시는 트레바리가 매주 수요일마다 모든 크루가 참석해 주간회의를 하던 때였거든요. 저희 서비스에 어떤 개선이 있고 어떤 미흡한 점이 있는지가 전부 공개되고, 모든 구성원이 함께 논의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비전 얼라이닝’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맡으신 일에 대해서는요?
독서모임을 운영하는 일이 생각보다 복잡하구나. (웃음) 멤버는 책을 읽고 아지트에 모여 대화를 나눈 뒤 돌아가지만, 백 스테이지에는 복잡다단한 프로세스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 모든 일이 고작 이 규모의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경이로웠고요.
해찬님은 좋은 독서모임이 이루어지는 데 어떻게 기여하고 계신가요?
아지트 크루의 주된 업무는 모임 공간을 비롯한 물리적인 요소들을 관리하는 일이에요. 독서모임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기보다는, 신경 쓰이는 요인을 제거함으로써 멤버 분들이 주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다르게 말하면 매우 루틴한 일이기도 해요. 매번 독서모임을 위해 모임방을 준비하고, 진행에 필요한 물품들이 알맞게 세팅돼 있는지 확인하고, 서비스 테이블도 살피고요. 작고 세세한 일들이지만 하나라도 잘못되어있으면 티가 나거든요. 저도 초반에는 실수가 잦았지만 체크리스트를 만들면서 나아졌고, 이제는 어느 정도 체화가 됐어요. 무엇보다 꼼꼼함과 성실함이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특별히 더 보람을 느끼시는 순간도 있나요?
아까 제 일이 다소 루틴한 일이라고 말씀드렸지만, 사실 아지트 크루는 멤버들과 가장 접점이 많은 포지션이기도 하거든요. 파트너와 멤버분들 중 제 이름과 얼굴을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분들이 저에게 개선이 필요한 점을 따로 말씀해주시고, 제가 그 내용을 반영해서 다시 그분들에게 알려드릴 때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1년 가까이 트레바리에서 일해 오셨는데, 해찬님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스스로 제가 늘어졌다는 걸 느끼고 저를 조이는 순간이 더 잦아졌다는 거예요. 이건 동료들 덕분이기도 해요. 삶의 절반이 일인데, 일터에서 마주하는 동료들에게 생산적인 피드백을 받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라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크루들이 피드백을 주실 때의 태도도,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게 아니라 함께 잘해보자는 방향이어서 더 기쁘게 들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에 대한 고민이나 바람이 있다면요?
우선은 아지트 크루로서 성실함을 유지하는 게 가장 먼저일 것 같아요. 같은 일을 계속해서 반복하다 보면 분명 지치고 루즈해지는 때가 오거든요. 주어진 일을 부끄럽지 않게 해내는 걸 유지하면서, 제 자리에서 더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아지트 크루는 ‘서비스 너머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존재이기도 하잖아요. 트레바리는 커뮤니티 서비스인 만큼, 저의 존재가 긍정적이고 건강한 연결을 만드는 데 어떻게 더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해찬님에게 의미 있었던 책을 소개해주세요.
3권을 가져왔어요. <마케터의 일>, <피프티 피플>, <82년생 김지영>. 읽은 순서대로 나열한 건데, 이 순서대로 제가 고려하는 사람들의 범위가 점점 넓어져온 것 같아요. <마케터의 일>은 일을 더 잘하고 싶어서 읽었던 책이에요. <피프티 피플>은 한 공간에서 얽히고 설킨 51명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인데, 우리는 느리더라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냉소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82년생 김지영>은 요즘에서야 읽고 있는데, 사실 이 책을 둘러싼 여러 논의가 있었잖아요. 그런데 저는 인터넷 댓글로는 정말 의미 있는 논의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대신 트레바리에서는 가능하죠. 서로 생각이 이만큼씩 다른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모이게 해서, 당당하게 의견을 내놓고 부딪치고 생각이 바뀌는 일이 일어나도록 만드는 게 트레바리의 일이자 놓쳐서는 안 될 가치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은 역시 트레바리 사랑이군요. (웃음)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만드는 커뮤니티가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