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바리는 독후감을 꼭 써야 합니다.
모임 이틀 전 24시까지, 최소 400자를 써야 해요.
한 글자가 모자라도, 일 분이 늦어도 모임에 참가할 수 없어요.
정말이냐고요? 정말이에요!
"글로 써보기 전까지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나도 모른다." - 존 디디온
"그것을 이해하려면 실력이 없어도 된다. 그것을 글로 쓰려면 정복해야 한다." - 나심 탈레브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좋은 음식을 먹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어도 내가 소화를 하지 않는다면 내 피와 살이 되어주질 못하듯, 아무리 좋은 책이어도 충분히 생각하고, 그 생각을 정리하지 않으면 곧 머리 밖으로 배설되어버리고 마니까요. 독후감을 쓰는 것은 마치 음식을 소화하는 것처럼 책을 소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때, 독서모임이 더 깊고 재미있어진다는 것도 당연한 사실!
오랜만에 독후감을 쓰려면, 정말 쓸 말이 없다고 느낄 때도 있을 거예요. 그럴 때는 이런 방법들을 사용해보세요.
처음 독후감을 쓰려면 머리가 굳은 듯한 느낌이 들 거예요. 위의 방법은 그럴 때 처음을 도와주는 방법일 뿐이기 때문에 여기 얽매일 필요는 없어요. 자유롭게 써보세요. 그리고 다른 멤버분들의 독후감을 찬찬히 읽어보다보면, 내가 쓰고 싶은 더 좋은 글이 어떤 글인지 감이 오실 거예요!
트레바리는 유독 독후감과 관련된 일화가 많아요. 독후감 감별 외길 크루(nn세, 불량 독후감만 17개월 간 판별)의 일화 중 몇 개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1. 복사-붙여넣기. 이른바 '복붙'.
남이 쓴 글을 복사하여 본인의 독후감으로 제출하는 경우입니다. ‘출판사 책 소개글’, ‘블로그 포스팅’, ‘저자 인터뷰’ 등 복사를 해오는 곳은 정말 다양해요.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것을 꼽자면, 제출 마감 기한을 넘겨 독후감을 제출하지 못한 멤버분이 있었어요. 그 멤버분께서 ‘독후감이 임시저장된 것이 있을 것이다. 확인 후 등록을 해달라.’ 라고 요청을 주셨고, 등록을 하는 과정에서 임시저장된 독후감이 네이버 책 소개글을 그대로 베껴온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절차대로 해당 멤버분께는 참석 불가 안내를 하는 수밖에 없었죠.
TMI : 그대로 '복붙'하면 티가 많이 나니까, 교묘하게 문장을 바꾸거나 중간중간 본인의 생각과 섞어서 작성하는 분들도 계세요. 가끔씩 긴가민가 하지만 불량 독후감은 끝까지 추적합니다!
2. 아무 말 쓰기.
400자를 채우기 위해, ‘일단 아무 말이나 쓰자!’의 경우입니다.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불량 독후감의 형태이이기도 하죠. 언젠가는 본인의 하루 일과를 독후감으로 제출해주셨던 분이 있습니다. 아침에 몇 시에 일어났고, 교통상황은 어땠는지, 회사에서는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저녁에는 또 무엇을 먹었는지, 그 분의 하루를 소상히 알 수 있었지만, 책의 내용과 관련있는 내용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역시, 멤버분께 불량 독후감에 의한 참석 불가 안내를 하였습니다.
가끔 예의바르신 분들은 ‘나중에 쓸게요.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400자가 채워질 때까지 반복하는 형태의 아무 말 독후감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도 모임에 참여하실 수 없다는 사과를 드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엄격한 룰을 만든 트레바리 대표님이 늘 하는 비유가 있어요.
"헬스장에 가면, 가는 순간 무조건 운동하기가 싫어져요. 윗몸 일으키기를 10번 정도 하면, 11번 땐 하기 싫죠. 거기서 헬스장이 “그래. 그만하고 집에 가” 이러는 순간, 그 사람은 건강해질 수 없겠죠. 트레바리 독후감 룰은 사람들의 장기적인 니즈인, ‘독서를 조금 더 잘하기 위해서’를 위한 거예요. 조금 힘들고 짜증나지만 이 두꺼운 책을 끝까지 읽어내고, 자기 나름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그래야지만 지적인 역량이 업데이트 될 수 있으니까요."
왜 이렇게 독후감에 엄격하냐고 물으신다면, 여러분들이 정말 책을 책답게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게 트레바리의 일이니까요.
더 좋은 독후감을 써보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