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중인 트레바리 강남 아지트 건물에 잠시 다녀왔습니다
공사 중인 트레바리 강남 아지트 건물에 잠시 다녀왔습니다
2019.12.26

1. 얼마 전 공사 중인 트레바리 건물에 잠시 다녀왔는데요. 직접 가보기 전까지는, 그저 건물 하나를 빌려서 독서모임용으로 채운다고만 생각했습니다.


2. 물론 맞는 말이지만, 미세하게 접근하면 다른 부분도 있었습니다. 12층 규모의 이 신축빌딩은 처음부터 오직 트레바리 멤버분들을 위해 디자인되어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오로지 독서모임을 위해 기획된 건물이 2020년 1월 오픈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3. 그리고 일전에도 알려드린 바 있지만, 이 건물에는 더부즈, 스몰원더스 등 요즘 핫한 F&B업체들이 입주하며, 멤버분들에게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될 예정인데요. 금전적 혜택뿐 아니라, 트레바리 멤버분들이라면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도 하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4. 이외에도 아기를 위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으며, 건물 곳곳엔 트레바리스러운 장치들도 여럿 배치되어 있습니다.


5. 그래서인지 처음엔 3층 정도만 보려고 공사현장에 갔는데, 보다 보니 10층까지 걸어서 보게 되었습니다. (11층은 공사 중이어서 못 들어갔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6. ‘책’은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읽지 않으면 한 글자도 저절로 읽히지 않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빡센' 프로덕트입니다. 가만히 틀어놓기만 하면 내용을 흡수할 수 있는 영상과는 다른 부분이죠.


7. 그래서 누군가를 책을 읽게 만드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수백 년 넘게 수많은 사람들이 독서를 강권했지만, 그게 잘 안된 이유도 책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빡셈 때문이고, 저는 좋고 가치 있는 것일수록 얻기 힘들다고 믿는 편입니다.


8. 그리고 주제넘는 생각일 수 있으나, 저는 트레바리도 조금은 비슷한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트레바리는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이용하지 않으면, 그저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읽고 만나는 평범한 서비스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뭐 사실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2016년 9월부터 트레바리를 이용하거나 지켜봐온 사람으로서, 트레바리는 안에 있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이용할수록,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9. 그리고 그것들은 ‘아, 이런 세상이 있구나’, ‘아,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아, 나에게 이런 모습이 있구나’ 같은, 말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죠. 그리고 염치없게도 저는 책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렵고 읽는 게 힘들어서 잘 안 읽히더라도, 계속 읽어나가면 읽기 전에는 알 수 없었던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는 게 책의 매력이니까요.


10. 물론 모든 것이 점점 더 편해지는 세상에서, 뭐든 다 떠먹여 주는 세상에서, ‘고객이 스스로 생각하고 열심히 활동해야 효용이 커지는 비즈니스가 과연 되겠느냐’고 누군가 물으면 시원하게 답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11.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세상이 진정으로 편해지고 있다면, 그래서 정보의 습득과 관계의 연결이 점점 더 쉬워지고 있다면, ‘그런 세상 속엔 불편함을 파는 회사가 하나쯤은 있어도 되는 것 아니냐’고요.


12. 실제로 트레바리 이후에 수많은 커뮤니티 서비스가 생겼고, 이들은 저마다 편리함을 소구하고 있습니다. 더 쉽게, 더 편하게 모임에 참여할 수 있고, 읽어야 할 콘텐츠도 책보다 더 편리한 것들이 많죠. 좀 있으면 가만히 있어도 커뮤니티를 만들어주겠다는 서비스도 등장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13. 하지만 그런 회사들이 계속 생겨도, 저는 트레바리는 계속 ‘빡셈’을 유지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서비스보다 빡세더라도 계속해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야만 모임에 올 수 있었으면 좋겠고,


14. 아무리 경쟁이 치열해져도, 트레바리의 장점을 멤버들에게 떠먹여주는 게 아니라, 멤버들에게 트레바리를 제대로 즐기려면 불편하더라도 더 부지런히 서비스를 이용하라고 말하는 회사였으면 좋겠습니다.


15. 트레바리는 아이가 아니라, 지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성인들을 위한 서비스이고, 세상이 더 편해지는 것은 분명 아름다운 일이지만, 그런 세상에서도 스스로가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할 때 얻을 수 있는 것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게 그동안 제가 트레바리를 좋아했던 이유이고, 또 지금은 온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니까요


- 트레바리 윤성원 크루

모든 것이 편해지는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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