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위의 홍콩, 함께 가실래요?
왕가위의 홍콩, 함께 가실래요?
2019.08.06

강렬했던 첫만남, 왕가위


스물다섯 살 때 왕가위의 영화를 처음 보았습니다. 첫 느낌은 이랬습니다.

"아직 세상에 내가 볼 왕가위 영화가 남아 있는 한은 계속해서 살아가고 싶다!"



그만큼 강렬했던 만남이었던 만큼 직접 홍콩을 찾게 되었죠. 하지만 막상 홍콩을 찾아갔을 때에는 맛있고 저렴한 과일과 에그타르트, 영화에서 보았던 습한 날씨는 있었지만, 영화에서 느낀 감동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중경삼림 속 아름다운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도 10분이면 후딱 타고 내려올 수 있는 바쁜 시민들의 이동수단일 뿐이었어요. 그때 깨달았어요. 왕가위의 영화가 개봉한 지 이십오 년이 지난 지금, 거기에는 젊은 양조위와 장국영, 장만옥이 없고, 그들의 아름다운 대사도 없고, 오로지 장소로서의 홍콩만 있다는 걸요. 제가 찾아갔던 홍콩은 그냥 배경일 뿐이었어요.


그래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감동을 다시, 더 생생하게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평론가는 장국영의 흔적을 찾아서 홍콩에 다녀온 소회에 대해 이렇게 적었습니다. 홍콩은 장국영을 너무 쉽게 잊었다고요. 하지만 저는 그 말을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장국영을 애도하고 그리워하는 공간이지만, 홍콩인에게는 일상의 공간이니까요. 만일 홍콩에서 장국영을 다시 찾길 원한다면, 그를 애도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과 함께해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영화는 현실로 살아날 거예요. 그래서 일상이 아닌 곳으로서 홍콩을 선택한 사람들, 같은 대상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이미 넉 달의 시간을 들여 서로 어떤 것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지를 아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합니다.




동행의 기술


여행클럽이 아닌 트레바리의 클럽에서도 종종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어요. 친구나 가족이랑 가도 싸우는 게 여행인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인원의 독서모임 사람이랑 갈 수 있었을까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어요.


첫째, 서로 멀지도, 가깝지도 않기에 서로의 공간을 존중한다는 것.

둘째, 같은 취향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에 같은 기대가 있다는 것.


오히려 여행을 가서 싸우는 이유는 동행을 가깝기에 잘 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잘 안다고 생각하기에 호텔에서 쉬고 싶은 나의 마음과 친구의 마음이 같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사실 친구는 기왕 여행을 온 김에 모든 유적지에 다 둘러보고 싶어했는데도요.


오히려 느슨한 연결인 독서모임 멤버들과 여행이 쉬운 것은, 우리는 4개월 동안 천천히 시간을 들여 여행에 대해 기대하는 점을 비슷하게 맞추어가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이 클럽을 선택했다는 건 취향과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이라는 증거이기도 할테니까요. 어쩌면, 이 클럽을 한다는 것은 내 소꿉친구는 바라지 않는 왕가위 영화에서 봤던 감동을 홍콩에 가서 재현할 동행들을 찾는 일을 오랫동안 천천히 시간과 마음을 기울여 하는 걸지도 몰라요.



세상에 단 하나뿐인 패키지 여행


그거 아시나요? [여행독서-왕가위]에 포함된 패키지 여행은 오로지 이 클럽을 위해서만 디자인되었다는 사실을요. 4개월 동안의 독서모임에서 밤이 깊도록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정작 홍콩에 가서 하지 못하는 상황은 싫었어요. 그래서 이번 여행에는 특별히 가이드라이브의 한주영 대표님께서 직접 가이딩을 해주세요. 트레바리의 독서모임에서 나눈 이야기가 어떻게 글과 사진으로 담기게 될지 안내해주실 거예요.



한 시즌 동안 '왕가위'를 테마로 진행하는 클럽을 오픈했습니다! 9월에는 <어린왕자>를 읽고 <중경삼림>을 봅니다.

10월에는 <바람이 분다, 가라>를 읽고 <화양연화>를 보고요. 11월과 12월에는 각각 <내가 함께 여행하는 이유>와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을 읽고 <타락천사>와 <아비정전>을 볼 예정입니다.




왕가위를 좋아한다면, 망설이지 마세요 :)

왕가위 영화 속으로 함께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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