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들은 다 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2019.07.02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으로 알려진 말입니다. 그런데 이게 사실 오역이라고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오역 중 하나인 셈인데요, 이 말이 이렇게 유명해진 것은 우리 모두가 때때로 '우물쭈물'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데에는 정말 많은 이유가 있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것을 기꺼이 하는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요? 하고 싶은 것을 하자!는 '해라!클래스'의 운영자이자 트레바리의 파트너이신 조송재 님을 소개합니다. (인터뷰/사진 최성운 님)



1.하고 싶은 걸 하자, 무엇이든



본인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저는 [무경계-16]의 파트너와 [디지털콘텐츠+비즈니스]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조송재입니다. 오늘 저녁에는 강남아지트에서 열릴 ‘보드게임나잇’ 이벤트의 호스트를 맡을 예정이기도 해요.


트레바리 이벤트의 호스트는 초청 인사나 크루가 맡는 경우가 많다고 알고 있는데, 송재님은 어떻게 참여하시게 된 거예요?


이벤트 기획을 맡고 계시는 한진 크루님과 러닝 이벤트에 같이 참여한 적이 있었어요. 이야기를 나누다가 “제가 할 줄 아는 게 있는데...” 하고 말씀드려서 시작하게 되었죠. 사실 재작년부터 ‘프립’이라는 액티비티 플랫폼에서 호스트로 활동해왔거든요. 횟수를 세어보면 총 80번 정도 될 거예요.


본업이 아닌 취미로서는 엄청난 수준이 아닐 수 없네요. 보드게임에는 언제부터 빠져드신 거예요?


그걸 말씀드리려면 먼저 ‘해라클래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해라클래스’요?


제가 2년 반 넘게 진행해오고 있는 버킷리스트 프로젝트예요. 시작은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1시간쯤 조사하다가 알아봐야 할 게 많길래 나중으로 미뤘는데, 돌아보니까 그렇게 미뤄온 일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이러다 아무것도 못하겠다 싶어서 페이스북에 패러글라이딩 같이 할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어요. 여덟 명이 모여서 다녀왔죠. 다음으로는 번지점프 하러 갈 사람을 모집한다고 썼고, 그렇게 한두 달에 한번씩 하고 싶은 일을 20개 가까이 이뤄왔네요. 아마 여덟 번째 프로젝트가 ‘하루종일 보드게임 하기’였을 거예요.


진행하셨던 프로젝트에는 또 어떤 것들이 있나요?


팟캐스트 녹음하기, 묵언수행 다녀오기, 올림픽 직관하기, 장사하기. 로즈데이 때 이태원에서 꽃을 팔았어요. 가장 최근에는 ‘마이크임팩트’에서 주최하는 연사오디션 <골든마이크>에 참여했고요.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을 스무 개나 떠올릴 수 있는 것도 인상적이고, 무엇보다 꾸준히 실행해오셨다는 점이 놀라워요. 어려움을 느끼진 않으셨나요?


이미 정해진 100개의 버킷리스트가 한번에 떠오른 게 아니에요.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 누군가와 이야기하다가 불쑥 발현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뭘 하고 싶어 하는지 물어보기도 했어요. 실행으로 옮기는 건, 주변에 알리면 되더라고요. 미리 준비를 하고 SNS에 모집글을 쓰는 게 아니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바로 올리는데, 그러면 매번 좋아요와 댓글이 꽤 달리더라고요. 같이 하고 싶다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나타나면 그때부터는 반드시 진행해야 하는 일이 되는 거죠. 대여섯 번쯤 해보고 나니까 ‘별 거 아니었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제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들은 다 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송재님만의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희망사항까지 같이 이뤄주는 셈이기도 할 테고요.


사실 버킷리스트 에이전시를 사업으로도 해보고 싶어서 사업자 등록과 상표 등록까지 마쳤었어요. 그런데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서 또는 돈을 위해서 해야 한다면 막 하고 싶어지진 않더라구요. 아직은 제가 하고 싶은 걸 더 하고 싶어요. 



2. 혼자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 일


 


송재님은 에너지 레벨도 높고 모임을 이끄는 능력도 뛰어나신 것 같은데, 트레바리에서 활동하기 전에도 비슷한 성향이셨나요?


사회초년생 때부터 대학생 취업 스터디를 10년 동안 진행했었어요. 제가 직접 후배들을 모으고, 초기에는 돈도 대가면서요. 모임을 진행하고 말을 정리하는 능력이 그때 많이 길러진 것 같아요. 트레바리에서는 대상이 넓어지고, 주제도 진지해지고, 인원도 두 배로 늘었으니까 변수가 많아졌죠. 스터디를 통해 키운 능력을 트레바리 파트너를 하면서 배가시켰다고 할 수 있겠네요.


직접 돈과 시간을 써가면서 후배들을 돕는 게 보편적인 행동은 아니잖아요. 원래 남을 돕는 일을 좋아하시는 편인가요?


저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취업을 했으니까,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돕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제가 가진 게 없으면 못 도와주죠. 기본적으로 누군가를 웃게 만드는 데서 오는 만족이 큰 것 같아요. 좋은 운동화를 살 때도 기분은 좋겠지만, 누군가를 만족시켰을 때 얻는 만족이 확실히 더 커요. 


누군가를 웃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파트너로 참여하시는 데도 영향을 끼쳤을 거라고 짐작이 되네요.


이왕이면 독서 모임에 온 사람들 모두가 만족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멤버로 참여하면서 간혹 분위기가 어색해지거나 대화에서 살짝 소외되는 분들이 보이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저의 노력으로 최대한 많은 분들이 최대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것은 저의 기쁨이기도 하고 제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파트너를 맡고 계신 [무경계-16]은 어떤 매력을 가진 클럽인가요?


[무경계-16]은 제 첫 클럽이기도 한데, 당시 첫 모임에서 읽은 책이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이라는 소설이었어요. 제가 평생 읽어볼 가능성이 없던 책이었죠. 막상 선정이 되어서 읽어봤는데, 장면 장면이 너무 새롭고 좋은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다음으로 <당신 인생의 이야기>,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읽었는데 역시나 혼자서라면 절대 읽어보지 않을 책들이었어요, 예전 같으면 어떤 사건에 대해서 이미 정립된 제 시각으로 판단을 내리고 말았다면, 소설은 사람들 사이의 입장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주잖아요. 제 시각은 정말 n분의 1에 불과했다는 걸 깨달은 거죠. 이처럼 [무경계]의 매력은 제가 결코 읽지 않을 책과 시각을 소개해주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3. 자연스럽게 휴대폰과 멀어지는 시간


 


이제 오늘 진행될 ‘보드게임나잇’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세요. 어떤 게임을 하나요?


기본적으로 저는 8명이서 할 수 있는 게임을 가지고 와요. 입문자도 쉽게 할 수 있는, 플레이타임이 20분을 넘지 않는 파티게임 중심으로 하고 있어요. 그러면 3시간 동안 8-9개의 게임을 해볼 수 있거든요. 여기서 맛보기로 흥미를 느낀 다음, 한두 개씩 사보시도록 만드는 게 목표예요.


송재님만의 진행 방식도 있나요?


참가 인원이 16명이다보니 모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게임은 몇개 없어요. 그래서 보통 4명씩 팀을 짜서 팀끼리 경쟁을 붙여요. 저는 8명씩 이뤄진 두 개의 테이블을 오가면서 게임을 설명하고 진행을 맡아요. 그리고 최종 우승팀도 정하고, 최우수 멤버도 정해요. 사람들은 우승이 걸리면 더 열심히 하거든요. 


직접 게임에 참여하지 않아도 즐거우신가요?


매번 참여하는 멤버의 구성이 달라지는 데서 오는 차이도 있고, 또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우리나라는 놀거리의 종류가 다소 한정되어 있잖아요. 보드게임은 아이들이나 할 법한 취급을 받는데, 막상 누구든 할 때는 정말 집중해서 하거든요. 휴대폰에 문자가 와도 그냥 옆으로 밀어둘 정도로 몰입하는 모습이 경이로울 정도예요. 그 순간이 너무 좋아요. 마지막에 준비한 상장과 트로피를 드린 다음 반응을 보는 일도 뿌듯하고요.


상장과 트로피는 다 어떻게 만드신 거예요?


상장은 포토샵으로 만들었고, 트로피에 적힌 문구는 출력해서 직접 붙인 거고, 트로피 원본은 대량구매하면 얼마 안 해요. 개당 4천원 정도? 다 인스타용으로 만든 거예요. 사진 찍어서 자랑하시라고. (웃음)


 

4. 진짜 공부는 세상 속에


 


(불현듯 인터뷰어에게) 저도 인터뷰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어요. 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해서 블로그에 기록하는 여행이요.


긴 휴가가 필요하시겠네요.


휴가로는 아마 어렵겠죠? 회사를 그만두고 가야하는데, 인생에서 그정도의 모험은 한두번 해볼만 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직장은 또 구하면 되니까요.(웃음)


그만두는 게 쉽다는 말을 모두가 할 수 있는 건 아닐 텐데, 송재님은 새로운 시작에 대한 두려움이 없으신가 봐요.


저는 이직을 꽤 많이 했는데, 사실 매번 원해서 그만둔 건 아니었어요. 지금 사회 생활이 14년차인데, 10년차까지만 해도 불안에 시달렸고 제 인생은 낙오한 인생인가 싶었어요. 왜 이렇게 부침이 많을까, 왜 아직도 헤매고 있을까 생각이 많았죠. 다행히 저만의 무기나 노하우가 생기면서 이제는 안정감을 가지게 됐고요. 두렵다고 해서 계속 안주하려고만 하는 것도 좋은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목표하시는 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앞서 말씀드렸던 제 <골든마이크> 강연이 유튜브에 올라갔거든요. 어떤 분이 도움이 되었다고 댓글을 달아주셨어요. 저는 세상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데 관심이 있는데, 언젠가는 TED에서 강연을 해보고 싶어요. 그 목표가 많은 걸 함축하고 있죠. 전문성, 영어로 말하는 능력 그리고 저만의 이야기를 갖춰야 하니까요. 또, 70대가 되었을 때도 20대의 친구를 두고 있으면 좋겠어요.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계속해서 소통을 이어가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송재님이 지금의 태도를 가지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을 소개해주세요.


<골든 보이>라는 일본의 만화책이에요. 동경대 법대에 입학한 주인공이 학교 공부는 진짜 공부가 아니라면서 자퇴를 한 다음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는 내용이에요.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왔는데, 높은 산에서 자전거를 타고 “공부공부공부공부!!” 외치면서 달려 내려오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죠. 고등학생 때 이 책을 읽고 철학 선생님을 찾아갔어요. 학교에서 배우는 건 진짜 공부가 아닌 것 같다고, 떠나겠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결국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남았지만, 진짜 공부는 세상 속에 있다는 걸 깨달은 계기가 됐어요. 다양한 분야를 알고 배우고 싶어하는 제 성향도 이 책으로부터 많이 유래한 것 같아요.


지금 가장 배우고 싶으신 게 있다면 어떤 걸까요?


트레바리에서 알게 된 친구가 얼마 전에 요가 지도자 자격증을 땄는데, 파일럿 수업을 해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사람을 모아주기로 해서, 아마도 21번째 ‘해라클래스’의 주제는 요가 클래스가 될 것 같아요. 


앞으로도 송재님의 꾸준한 열정과 호기심을 응원할게요.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 속의 '진짜 공부'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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