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실현, 전 트레바리 파트너를 하면서 이뤘어요.”
“자아실현, 전 트레바리 파트너를 하면서 이뤘어요.”
2022.10.28

[문], [북씨], [시작], 트레바리 ‘함께 만드는 클럽’의 대표적인 클럽들입니다. 이 세 클럽을 모두 진행하는 파트너가 계시는데요. 바로 [북씨-옴니버스], [북씨-스푸키], [문-유니버스], [시작-유니버스] 등을 운영하는 조민국 파트너입니다. 민국 님과 함께 클럽을 만들어 가는 파트너십에 관해 이야기 나누어봤습니다.



취향과 관심사를 공유하는 게 ‘함께 만드는 클럽’의 본질 같아요


Q. 2016년 처음 트레바리를 시작하고 쉬지 않고 계속하셨어요. 2~3개 클럽에 동시에 참여하기도 하고요. 이렇게 트레바리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조민국: 직장생활 4~5년 차쯤이었어요. 돌아보니까 회사 들어가고 나서 책을 거의 안 읽었더라고요. 그래서 책을 좀 읽어야지 생각하던 차에 트레바리 페이스북 광고를 봤어요. 처음에는 사람 만나는 재미로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파트너 맡은 이후로는 트레바리를 하는 이유가 좀 바뀌었어요. 파트너를 3년 정도 했는데요. 제가 커리큘럼을 짜고, 발제도 하고, 한 시즌을 계획한 것이 잘 구현될 때의 만족감이 매우 커요. 이번 시즌에 읽은 책들이 너무 좋다, [북씨] 책과 영화 페어링이 좋다, 멤버들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을 때 너무 뿌듯해요. 


Q. 민국 님의 파트너 자기소개를 보면 “문학과 영화를 소비하는 데 거의 대부분의 자유시간을 소비합니다”라고 적혀 있어요. [문], [북씨] 등의 클럽을 하고 계시는데요. 좋아하는 책과 영화를 멤버들과 같이 보는 느낌은 어떻게 다른가요?

조민국: 트레바리에도 유행이 있거든요. 유행하는 책이나 영화가 있는데 저는 그런 게 싫었어요. 뭔가 사람들이 잘 안 읽어본 걸 발굴하고 싶었죠. 그래서 발제할 때 어렵기도 해요. 검색해도 참고할 게 별로 없어서요. 저희 클럽에서 보는 책이나 영화가 좀 마이너한 취향일 수 있는데 오히려 그런 걸 얘기할 수 있어서 좋다는 멤버들이 꼭 계세요. 공감대가 형성되죠.

[북씨-스푸키]가 특히 그래요. 공포 장르 마니아들의 모임인데요. 멤버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게 공포 영화나 공포 문학에 대해 같이 얘기할 사람이 주변에 없대요. 그래서 이렇게 모여서 얘기하는 걸 순수하게 즐기고, 충성도도 엄청 높아요. 제가 트레바리를 멤버로, 파트너로 꽤 오래 했는데 이런 분들 처음 봐요.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할 수 있나 싶은 정도예요. 11명이 연장하셨고 번개도 본인들이 알아서 하세요. 공포영화 보러 가고, 그냥 만나서 술 먹을 때도 있고요. 일주일에 두세 번씩 만나서 저는 오히려 자제시키려고 했어요. 초반에 막 달리다가 확 식어버리는 경우를 많이 봐서 좀 조절하는 게 좋지 않겠냐 했죠. 근데 알아서 잘하시는 거 보니까 노파심이었던 것 같아요. 마이너한 주제일수록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모이는 자리가 정말 소중한 것이구나 느꼈어요.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라쇼몬』을 꼽으신 조민국 님



좋은 모임은 결국 멤버들의 참여로 만들어져요


Q. [문], [북씨] 파트너를 꾸준히 하시다가 올해 갑자기 [시작] 클럽 파트너를 하셨어요. 민국 님도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에너지가 필요하셨나요? 기존에 하시던 클럽과는 어떻게 다르게 느끼셨는지 궁금해요. 

조민국: 사실 [시작]은 파트너 공지에서 커리큘럼이 다 짜여 있고, 트레바리에서 발제까지 도와주신다는 것을 보고 그냥 부담이 없을 것 같아서 한 번 해봤어요. 확실히 [북씨] 등과 에너지가 좀 다르더라고요. 기존 클럽은 아무래도 연장 멤버와 새로운 멤버 간에 분위기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신규 멤버끼리 모이니까 오히려 더 합이 좋고 참여도 좋더라고요. 그래서 [시작] 클럽의 좋은 점을 모임을 해보고 더 많이 느꼈어요. 

그리고 제가 2016년에 트레바리 처음 했을 때가 생각났어요. 첫 시즌 같이 했던 멤버 중에 아직도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멤버들에게 여러분도 그렇게 될 거다, 지금 같이 있는 이분들이 엄청 소중한 인연이라고 계속 주입했어요. (웃음)


Q. ‘함께 만드는 클럽’을 하면서 인상 깊었던 멤버들과의 상호작용이 있다면요?

조민국: [북씨-스푸키]는 정말 함께 만들어 가고 있어요. 멤버들이 핼러윈 이벤트라든지, 다음에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영화를 볼지, 굉장히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세요. [북씨-옴니버스]나 [문-유니버스]는 연장이 한 시즌에 두세 명 정도예요. 그래서 다음 시즌에 뭐 하면 좋겠냐 의견을 잘 묻지 않아요. 그런데 스푸키는 일단 멤버들이 다음 시즌도 계속할 거고, 다음에는 좀비도 좀 다뤄야 하지 않냐, 이 책은 이 영화가 더 어울릴 것 같다 등 의견을 많이 내주세요. 그래서 저도 더 고민하고 모임 구성하는 데 반영하고요. 

스푸키 첫 시즌 첫 모임 때 검은색 옷을 입는 것으로 드레스 코드를 정해봤어요. 모임도 불 끄고 캔들 라이트 켜 놓고 진행하고요. 두 번째 시즌 넘어오면서는 별 생각 안 하고 있었는데 멤버 몇 분이 드레스 코드 정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첫 모임 날에는 검은색 옷을 입는 걸 스푸키의 전통으로 하자고요. 제가 좀 느슨해지면 멤버들이 이렇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요. 멤버들이 애정이 많은 클럽일수록 콘텐츠가 풍부해지는 것 같아요.


Q. 파트너의 역할이 다양한데요. 민국 님이 강조하시는 커리큘럼을 짜는 것도 있고,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도 있고요. 좋은 독서모임을 만들기 위해 민국 님이 파트너로서 가장 많이 노력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조민국: 트레바리의 원칙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해요. 독후감을 써야만 모임에 올 수 있다는 원칙이 독서모임의 기둥을 딱 잡아 주는 것 같아요. 사교모임으로 빠지지 않게 해주는 거죠. 저는 토론, 독서모임 자체가 중요하고, 뒤풀이나 번개는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사교를 목적으로 오신 분들도 있겠죠. 하지만 돈을 지불하고 여기 올 때는 독서모임을 알차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일단 커리큘럼을 잘 짜고 싶은 욕심이 있고요. 시즌 시작 전 준비 과정에 에너지를 많이 쓰는 편이에요. 


핼러윈 분위기를 연출한 [북씨-스푸키] 독서모임



멤버들로부터 인정받으면서 너무 큰 성취감을 느껴요


Q. 지난 7년 동안 24개의 클럽을 함께 하셨어요. 트레바리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계신 것 같은데요. 민국 님에게 트레바리는 어떤 의미인가요?

조민국: 매슬로의 5단계 욕구 이론 있잖아요. 가장 고차원적인 자아실현의 욕구, 그걸 트레바리에서 충족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냥 제가 좋아서 만드는 콘텐츠, 책과 영화를 고르고, 그에 대한 스토리를 만들고, 모임을 진행하고, 이런 것들을 사람들이 같이 좋아하고 공감해주면 인정받는 느낌이 들죠. 그런 만족감, 성취감 때문에 트레바리 하는 것 같아요. 

파트너로서 제가 원하는 커리큘럼을 짜고 그걸 가지고 사람들과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혜택이에요. 이런 성취감을 다른 데서 얻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트레바리 파트너를 꾸준히 계속할 것이고요. 


Q. 파트너라는 게 한 클럽의 파트너이자, 트레바리의 서비스를 함께 만드는 파트너인데요. [문], [북씨] 등 트레바리의 대표적인 클럽을 오랫동안 함께 해온 입장에서 트레바리 또는 다른 파트너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조민국: 저도 트레바리에 애정이 있으니까 종종 건의를 하는 편인데요. 사실 [북씨-스푸키]가 만들어지기 전에 공포 장르를 주제로 클럽 만들어 달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는데 잘 안됐어요. 의외로 마이너한 장르에 대한 수요, 어딜 가야 이런 얘기할 수 있을까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걸 더 많이 발굴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다른 파트너들께 도움이 될지 모르겠는데요. 저는 파트너지만 어느 정도는 클럽장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해요. [북씨] 모임을 하면 내가 영화 GV를 한다는 마음으로, 이 영화에 대해 이동진 못지않은 평론가의 자격으로 토론에 참여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렇다고 저 혼자 떠드는 건 아니고요. 관련 영상도 많이 보고, 비하인드 스토리 같은 것들 정말 많이 찾아보고, 그렇게 이야기보따리를 들고 오면 멤버들도 즐거워하시고요. 토론하다 보면 계획했던 것과 달리 이야기가 잘 진행이 안 되거나 겉도는 대화가 오갈 때도 있는데요. 토론을 매끄럽게 진행하고 시간을 조율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조민국 파트너와 함께 하는 [북씨-스푸키]

조민국 파트너와 함께 하는 [북씨-옴니버스]

조민국 파트너와 함께 하는 [문-유니버스]

조민국 파트너와 함께 하는 [시작-유니버스]


11월에 시작하는 조민국 파트너의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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