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이야기와 친밀한 시간은 원래 귀합니다
2018.12.14

이번 달 함께 읽은 소설 중에는 이혼하고 결혼 상담소를 찾는 여성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결혼 30년 차 나카고메 시즈코 씨는 퇴직한 남편의 성격이 이상해지는 걸 참다못해 이혼합니다. 결혼 상담소를 찾지만 쓸쓸해서는 아닙니다. 결혼이 경제적으로 효율적이기 때문에, 그리고 다른 사람을 접해보고 싶다는 호기심 때문에 그녀는 어색해하면서도 결혼 상담소를 찾아갑니다. 


우리는 이 소설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지, 한국에서 늙어가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이렇게 무거운 이야기만 한 건 아닙니다. 한국의 굴은 얼마나 싸면서도 맛있는지, 황교익 씨는 지금 한국에서 무엇을 상징하는지, 그리고 모임 끝나면 뭐 먹을지. 마침 근처에 맛있는 부침개집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사이 좋게 부침개를 먹고 헤어졌습니다. 


트레바리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리자 가장 먼저 이 소설이 생각났습니다. 트레바리가 이혼 상담소 같아서가 아니라 소설을 읽고 우리가 나눈 이야기 안에 트레바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이모저모가 들어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트레바리의 인기 클럽에는 패턴이 있습니다. 돈 이야기를 하는 클럽은 인기가 좋습니다. 우리의 앞날은 대체로 불안한 편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고, 이런 곳에서 창업이나 재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으면 좋겠죠. 재미있는 클럽도 인기입니다. “트레바리 아니면 이런 사람을 어디서 만나고, 이런 이야기를 어디서 하겠어요.”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트레바리를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기엔 애매합니다. 트레바리를 접하지 않은 분들이 고민하는 요소도 이해합니다. 트레바리는 안 쌉니다. 글쓰기는 어렵습니다. 남과 이야기하기는 두렵습니다. 혼자라서 머쓱하면요? 이상한 사람이 있으면요?


소설 속 나카고메 시즈코 씨가 만나는 결혼 상대자들도 뭔가 애매합니다. 1년 동안 14번 선을 봤는데 다 마음에 안 듭니다. 상담원에게 포기하면 어떻겠냐고 하자 “절대 아닙니다”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비즈니스로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상품을 파는 건 아니니까요. 여러분에게는 제각각의 인생이 있고, (중략)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는 방정식도 정답도 없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친밀한 시간은 원래 귀합니다. 좋은 대화 상대를 만나기는 어렵고 어른이 되고 나면 더 찾기 어렵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은 채로 추상적인 인생관을 이야기하면 ‘진지충’이나 ‘4차원’처럼 부담스러운 수식어가 붙습니다. 나는 그런 게 아닌데. 그냥 어렸을 때의 언젠가처럼 서로 생각을 띄워 보내고 싶었을 뿐인데. 


트레바리에서는 즐거운 대화라는 놀라운 일들이 일어납니다. 모든 모임에서 이야기가 잘 흘러갈 거라는 장담은 못 하겠습니다. 하지만 트레바리를 하면 즐거운 이야기를 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건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내고, 독후감을 쓰고, 대화의 규칙을 정해두는 일 등이 대화의 3중 필터 같은 역할을 합니다. 트레바리는 즐거운 경험을 만들기 위해 생각보다 세세한 규칙을 깔아둔 회사입니다. 


적어도 제가 운영한 클럽에서는 늘 그랬습니다. 1년 동안 2개의 클럽을 운영하며 총 24회의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조금씩 취했고 가끔씩은 많이 취했고 제게도 새로운 친구가 생겼습니다. 좋은 밤들이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트레바리가 모든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묻고 싶긴 합니다. 늘 술에 취하고, 예능프로그램과 남 이야기만 하는 대화가 조금 질리지 않나요? 책 읽기를 좋아했던 적이 있나요? 못 보던 사람들과 건전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요? 바쁘고 안 바쁘고와 상관없이, 지금 무료한가요?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지금 서울에서 트레바리만큼 큰 만족을 주는 서비스는 없을 겁니다. 


말씀드린 소설의 이름은 <55세부터 헬로 라이프>입니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류의 2013년작입니다. 소설의 결말은 독자의 즐거움을 위해 남겨두겠습니다. 이 책은 ‘무라카미즈’ 시즌 1의 마지막 책이었고, 저는 무라카미즈의 클럽장을 하고 있는 박찬용이라고 합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고 제 클럽에 호기심이 생기셨다면 죄송해요. 이미 마감되었습니다. 다행히 다른 좋은 클럽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 박찬용 칼럼니스트·전 『에스콰이어』 에디터 (트레바리 [무라카미즈], [논픽션] 클럽장)

즐거운 이야기를 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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