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좋은 책 읽었어요. 너무 고마워요. - 그런 말을 들으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덕분에 좋은 책 읽었어요. 너무 고마워요. - 그런 말을 들으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2019.10.31

트레바리에서 나는 [북큐-퍼플]이라는 클럽의 파트너를 하고 있다. 북큐는 클럽 이름에서 추측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책과 다큐멘터리를 함께 읽는 클럽이다. 다큐멘터리는 그렇게 인기가 있는 주제가 아니어서 트레바리 내에서도 북큐는 [북큐-퍼플]이 유일하다. 지원한 클럽 중 4지망이었던 북큐를 하게 되었을 때, 나는 솔직히 그렇게 내키지는 않았다. 살면서 유일하게 본 <인사이드 잡>이라는 다큐를 매우 인상깊게 기억하고 있었고 오로지 그 기억으로 북큐의 파트너가 되었다. 


책과 다큐를 같이 보는 건 어려웠다. 다큐멘터리 자체를 일단 잘 몰랐고 책이랑 테마를 같이 엮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파트너인 내가 클럽의 갈피를 못 잡자 멤버들도 나를 따라 ‘이 클럽은 대체 어디로 가는 건가’ 하는 표정을 하고 계셨다. 하지만 분명한 건 다큐를 볼 때마다 다큐는 영화만큼 아니 영화보다 재밌다는 거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큐멘터리에 대해서 할 말이 거의 없던 내가, 다큐멘터리에 대해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이렇게 다큐 보는 게 이렇게 재밌구나,를 멤버들도 느끼게 하고 싶었다.


멤버들에게 북큐에 왜 왔냐고 물었을 때 다큐를 좋아해서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거의 모두가 다큐가 생소해서 한번 보고 싶어서요, 라고 했다. 역시 트레바리에 평소에 하지 않던 생각을 하러 오는구나, 하고 반가웠다. 멤버들도 나처럼 다큐를 좋아했으면 좋겠다, 이 분들이 북큐를 재미있게 했으면 좋겠다! 욕심이 났다. 잘하고 싶은 내 마음이 전해졌는지 연장하는 멤버들이 하나둘 생겨났다. 참 고마웠고, 오래 오래 함께 하고 싶었다. “민초님 덕분에 요새 참 재밌어요” “민초님 덕분에 좋은 책 읽었어요. 너무 고마워요.” 그런 말을 들으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래서 커리큘럼을 짰다. 나도 이왕 보는 거 여운도 있으면서 배울 게 많은 책과 다큐만 보고 싶었다. 온라인 리뷰 사이트에 들어가서 평점 3.5점이 넘는 다큐를 골라두었고, 누가 “그 다큐 재밌던데!”라고 말하면 꼭 메모를 해 두었다. 책은 다큐보다는 훨씬 그 양이 많으니까 더 고르기가 쉬웠고, 내가 이미 읽은 책에서도 많이 골랐다. 이렇게 평소에 틈틈이 해두니 커리큘럼을 짜는 건 쉬웠다. 친구들에게서도 TV에서도 동료에게서도 그리고 우리 멤버들에게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걸 나는 취합하기만 되었다. 솔직히 나도 내가 읽고 싶은 책과 보고 싶은 다큐만 보니까 좋았다. 욕 먹기 싫으니까 엄선하긴 했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걸 보고 싶은 내 취향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북큐는 트레바리를 시작할 때도, 지금도 트레바리에서 책과 다큐를 함께 보는 유일한 클럽이다. 하지만 지금 달라진 건 나는[북큐-퍼플]에서 신규 멤버를 만나본 적이 거의 없다. 기존 멤버 우선 신청 기간인 그 1주일 사이에 마감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커리큘럼을 지금은 많은 파트너가 짜고 있지만 작년만 해도 굉장히 신선한 시도였는지, 커리큘럼을 처음으로 넣었던 시즌은 신청이 열리자 마자 마감이 되었다. 서버가 오류가 난 줄 알고 크루들에게 연락할 뻔 했던 기억이 난다.


트레바리에서 파트너는 본인의 색깔이 들어간 독서 모임을 만들 수가 있다. 파트너를 하고 나서 예능을 유심히 보게 되었는데 유재석과 박명수와 박나래와 신동엽과 전현무와 등등 그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색깔이 모두 다르다. MC들의 역할과 그 색이 프로그램을 좌우할 정도로 크다. 북큐에도 내 색깔이 많이 묻었다. 어쩔 수가 없다. 그리고 나에게는 북큐가 트레바리에서 제일 좋고 제일 잘 맞고 제일 재밌다. 


파트너를 하면 4개월 커리큘럼을 직접 짤 수 있다. 모임을 매끄럽게 하는 것에 더해서 좋은 책을 정하면 “이런 책 읽게 해줘서 너무 고마워요.”하는 고마운 인사를 들을 수 있다. 인사를 들으려고 파트너를 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말이 진짜 엄청 힘이 되고 보람과 애정을 느낀다. 기쁘다.



한 달에 한 번 한 트레바리가 내 인생을 바꿨다. 내 인생에는 다큐멘터리가, 트레바리가, 그리고 이름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북큐-퍼플의 파트너입니다.“

나만의 색깔이 들어간 독서 모임을 만들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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