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좋은 글이 쓰고 싶어졌다
어느 날 문득 좋은 글이 쓰고 싶어졌다
2020.05.12


"아무튼 그렇게 외국어로 글을 쓰는 효과의 재미를 ‘발견‘하고 나름대로 문장의 리듬을 몸에 익히자 나는 영자 타자기를 붙박이장에 넣어버리고 다시 원고지와 만년필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책상위에 앉아 영어로 쓴 한 장 분량의 문장을 일본어로 ‘번역’했습니다. 그러자 거기에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일본어 문체가 나타났습니다. 이건 나만의 독자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내가 내 손으로 발견한 문제입니다. 그야말로 새로운 시야가 활짝 열렸다고 할 만한 장면입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p.51


📌 무라카미 하루키는 글을 잘 쓰기 위해 원고지와 만년필을 내려놓고 영자 타자기를 꺼내 소설을 영어로 써보는 연습을 했다고 말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내가 일을 잘하기 위해 혹은 글을 잘 쓰기 위해 하고 있거나 했던 일이 있으신가요? 그 일을 400자 내외로 소개해주세요!


* 5월 랜선 트레바리 멤버 안수연 님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고, 위의 미션 질문에 답하며 쓴 글입니다.



어느 날 문득,


좋은 글이 쓰고 싶어졌다. 그리고 무작정 오늘부터 매일 글을 쓸래!


나만의 법칙을 정했다.


주제는 삶에서 영감을 주는 다양한 단어들을 메모장에 모아놓고 매일 하나의 단어와 주제에 집중해 A4 한 장 정도의 분량을 쓰기로 했다. 매일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즐거웠다. 그리고 외로웠다. 다 때려치고 포기하고 싶은 공허한 날들도 많았다. 그러나 일이 바빠 밤을 셀 때에도, 해외여행 중에도, 어떤 일이 있든. 나는 매일 글을 썼고 200일을 완주했다.


내가 이토록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SNS에 매일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 가장 크다. 나를 강제하고, 주변인에게 매일 글을 씁니다! 광고하여, 하루라도 글이 올라오지 않으면 의지박약의 비웃음을 살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든 것이다. 그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표현하고 싶은 욕구는 큰 힘이 되었다. 이런 노출욕이 이토록 나를 채찍질할 수 있다니 역시 타고나길 관심종자이다.


매일 글쓰기를 진행하며 느낀 점을 기록해본다.


첫째로, 매일 접하는 어떤 것이든지 더 쪼개서 관찰하게 되는 버릇이 생겼다


글을 쓸 새로운 주제를 매일 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기에 오늘 보고 들은 것 중 사소한 것이라도 스스로 어떻게 느끼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나의 감정에 집중하게 된다. 전에는 일상 속 느끼는 것들에 대해 무심히 흘려 보내는 것이 많았는데, 더 깊게 보고 생각하게 되는 습관은 하루를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다. 이것이 글쓰기의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한다.


두 번째로, 쓴 주제에 대해서는 내 생각이 정리된다.






나는 거의 대부분의 상황에서 퇴계 이황의 태도를 취해왔다. 어떤 상황이든 복잡하게 얽힌 입장과 이해관계의 차이라고 생각하며 그에 따라 네 말도 옳고, 네 말도 옳다는 태도를 인생 동안 유지했다. 이러한 중립적인 태도가 틀리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나, 이제 고민 후 써 내려간 주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나의 주관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간 살아온 세월이 무색하게도, 고작 200개의 글이 만들어준 작고 다양한 생각들이 모여 나의 정체성이 다시금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 생각들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조금씩 바뀌고 더 만들어져 가겠지만, 나만의 기준과 통찰이 생기는 이 시간이 만족스럽다. 다만 주관이 확고해져 유연한 사고를 잃고 꼰대가 되는 길은 계속해서 경계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매일 꾸준히 지켜온 스스로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이 커졌다.


나는 작심삼일이라는 말도 부담스러운 의지박약이었다. 작심 세 시간쯤 되려나. 원체 충동적이고 지금 하고 싶은 것은 죽어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 지랄 맞은 성격을 가지고 200일 매일 꾸준히 글을 썼다니 정말 감개무량하다. 어떤 주제이더라도 나의 밑바닥이 묻어 나오는 글쓰기는 마주하기 창피한 거울이어서, 때로는 나를 과장하고 싶었고 나를 생략하고 싶었다. 객관화가 잘되지 않는 사람이었던지 나는 생각보다 더 찌질했으며, 매우 깊이가 얕았고, 그릇도 작았다. 이런 모습들을 마주하며 200일이 지나니 나는 나와 더 친해졌고 나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모자리 나라도 뭐 어떠한가, 세상이 나를 어떻게 평가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열망으로 나를 다른 잣대와 비교하며 작위적으로 꾸미기는 이제 그만하기로 했다. 현재 상태에서 더욱 내 마음에 드는 스스로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지금의 내 모습을 아껴주기로 한다.


매일 글쓰기. 기대와는 다르게 글 솜씨는 늘지 않았다. 좌절을 주었다. 어쩌면 고작 200일밖에 안됐기 때문일까? 방향이 잘못된 걸까? 빨리 갈 수 있는 길은 어디 없나? 하지만 지금껏 이 루틴이 내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적지 않았다.


잠시 휴식기를 가진 나는, 이 랜선 트레바리를 시작으로 다시 매일 글쓰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훗날 나를 되돌아보며 ‘다만 잘한 일은 매일 글을 쓴 것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그날까지. 쓴다.


- 랜선 트레바리 멤버 안수연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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