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연결해주는 게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 중 하나인 것 같았어요."
2018.12.11

트레바리를 '어른들의 대학교'라고 이야기 해주시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오늘의 인터뷰이인 은우님 또한 그 가운데 한 분입니다. 실제로 함께 했던 시즌 멤버들과 함께 졸업생 모임을 주최하기도 하고, 트레바리를 하면서 비로소 제도권 안의 교육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해주시기도 했던 분. 은우님의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들어볼까요?


(인터뷰/촬영 - 최성운 님)





1. 교육자의 길에서 컨텐츠 크리에이터의 길로


본인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저는 모바일 알림장 ‘아이엠스쿨’을 서비스하는 NHN 에듀에서 컨텐츠를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트레바리에서는 [뉴미디어]와 [교육읽기]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고요.

 

크게 교육과 컨텐츠라는 두 줄기로 이야기가 나뉘어질 것 같네요. 먼저, 교육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저는 원래 미국에서 선생님을 하려고 했었어요. 보통 유학을 간다고 하면 부모님이 아이에게 큰 기대를 가지기가 쉽잖아요. 저는 부모님께서 제 의견을 자유롭게 존중해주시는 편이어서, 조용한 시골에서 선생님을 하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실패했어요.

 

실패라고 하면요?

 

교생 실습을 나가 보니까 저랑 너무 안 맞는 거예요. 아이들을 돌보고 함께 이야기하는 일까진 좋았어요. 그런데 그건 업무의 절반도 채 안 되더라고요. 행정적으로 해야 하는 일도 많았고, 또 학생들과만 지내다 보니 시야가 다소 좁아지는 느낌도 들었어요. 때마침 회사에서 교육 관계자를 찾고 있어서 한국에 오자마자 일을 시작했죠.

 

선생님이 되고 싶으셨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저는 좋은 학생은 아니었어요. 수업도 안 듣고 사고도 많이 쳤는데, 다행히 좋은 선생님들을 만났어요. 저더러 글을 잘 쓴다면서 작가가 되라고 권유해주신 분도 계셨고요. 그래서 선생님이 되면, 저처럼 시스템에 덜 맞는 아이들도 포용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만들고 계신 교육 컨텐츠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제가 조선에듀에 ‘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라는 칼럼도 연재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예시로 들면 이해하기 쉬우실 것 같네요. 얼마 전의 이수역 사건처럼 사회의 첨예한 이슈로 떠오른 사건이 있다고 할게요. 아이들도 이미 다 뉴스를 보고 SNS에서 댓글을 달고 있어요. 그러면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을지, 제 나름의 생각을 적는 거죠. 너무 큰 이야기보다는 작게라도 선생님과 학부모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전달하려고 해요.






 

2. 서로의 배움이 되는 일

 

[뉴미디어] 클럽을 시작하신 것도 컨텐츠 담당자로서의 필요에 의해서였나요?

 

네. 아이엠스쿨이 NHN에 인수되기 전에는 규모가 더 작았고, 미디어나 컨텐츠를 메인으로 맡는 사람은 저 하나였어요. 혼자 역량을 키워야 하는 데서 한계를 느끼던 차에 트레바리를 알게 됐죠. 그때가 마침 정혜승 카카오 부대표(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님께서 [뉴미디어] 클럽장을 맡을 때였어요.

 

그전까지는 스스로 배워 오셨던 거예요?

 

독학으로 했죠. 트레바리를 하면서 비로소 제도권 안의 교육을 받는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지금껏 2년이 넘게 활동해 오셨다는 건, 매번 새로운 배움을 찾으셨다는 의미겠네요.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이 모인다는 데서 얻는 게 너무 많더라고요. 미디어 산업 관계자, 인접 분야의 관계자, 기자나 PD 같은 크리에이터까지 모두 한 자리에서 이야기를 해요. 워낙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책을 혼자 읽어서는 의미가 없어요. 책을 매개로 모여서 최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계속 모임에 나가도록 만드는 이유죠.

 

생태계 안에 있는 여러 역할의 사람들이 모이면 이야기도 더 풍부해질 것 같아요.

 

맞아요. [뉴미디어]에서 성공적인 경험을 했으니, [교육읽기]를 시작할 때도 산업 내의 다양한 분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정말 그랬어요. 현역 교무부장 선생님이나 교과서 회사의 임원도 계시고, 중학생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도 오셔서 이야기를 하세요. 뉴미디어도 교육도,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있지만 평소에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기는 어려운 주제거든요. 서로의 입장과 생각을 배울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3. 유튜브, 관계를 만드는 컨텐츠 


영어로 K-pop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계시다면서요.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거에요?

 

제가 만드는 많은 컨텐츠가 앞으로는 영상으로 대체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해보면 뭐든지 배우는 게 있을 테니까 만들어봤는데, 정말 많이 배웠어요. 유튜브 영상은 둘 중 하나여야 하는 것 같더라고요. 굉장히 시간을 아껴주던가, 아니면 팟캐스트처럼 긴 잡설의 재미를 주던가. 취미로 유튜브 영상을 만든다는 사실만으로 [뉴미디어] 모임에 나가서 할 이야기도 많아졌고, 책을 읽고 느끼는 것도 풍부해졌어요.

 

책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실제로 적용한 사례가 있으신가요?

 

최근에 <유튜브 레볼루션>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먼저 주변 사람들을 만족시킨 다음 그들이 공유하고 퍼뜨리게 하라’는 부분이 인상깊었어요. 이제부터는 한국어로 만들어보려고요. 지금까지는 시청 데이터만 볼 수 있었고 직접적인 피드백은 받지 못했는데, 한국어로 만들면 피드백도 더 많이 받을 것 같아요.

 

컨텐츠를 생산하다 보면 부정적인 피드백과도 맞닥뜨리게 될 텐데, 신경 쓰이지는 않으세요?

 

부정적인 피드백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선 아프더라도 꼭 듣고 고쳐야 하는 내용이 있고요. 반응이 긍정적이기만 하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긍정적 반응과 부정적 반응의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바이럴이 일어나는 컨텐츠가 많은데, 한쪽만 있으면 총량이 늘어나지 않으니까요. 여담이지만, 비슷한 이유로 저는 진정한 스타를 판별하는 기준은 나무위키에 비판 항목이 있는지 여부라고 생각해요. (웃음)

 

은우님이 컨텐츠를 통해서 전달하고 싶은 공통적인 메시지가 있나요?

 

제가 만드는 컨텐츠에 일과 취미가 섞여있는 만큼 하나의 주제를 꼽기는 어렵겠지만, 크게는 공동체가 무언가를 함께 나누는 일에 관심이 많아요. 저는 교육의 역할이 지식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관계를 만들어주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미디어도 그렇고요.

 

K-Pop을 예로 들어볼게요. 한국과 미국과 유럽의 사람들이 BTS를 매개로 관계를 만들고 있잖아요. 원래 아이돌 팬 개개인은 사회적으로 무시받는 존재였는데, 그들이 유튜브를 통해 뭉쳐지면서 하나의 공동체가 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컨텐츠를 통해서도 사람들이 연결되고, 서로 주고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4. 사람을 연결하는 사람 


은우님은 관심 분야가 무척 넓고, 에너지 레벨도 높은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집중을 잘 못할 때가 있어서, 주의를 잡아두려고 책에 밑줄도 치고 노트에 메모도 하는 거예요. 파트너로 활동할 때도 멤버들의 인적사항을 전부 해시태그로 기록해서 기억하거든요. 서로 이어주면 좋을 것 같은 분들은 이어주기도 하고요.

 

관계지향적인 클럽을 지향하시나 봐요.

 

네. 저는 졸업생 모임을 꼭 주최해요. [뉴미디어]는 2년 넘게 이어져왔기 때문에 졸업생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한 클럽인만큼 계속해서 모임을 만들려고 해요. [뉴미디어]는 매달, [교육읽기]도 매달은 아니지만 졸업생 모임을 갖고 있어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연결해주는 게 파트너의 의무는 아니잖아요. 은우님에게 가시적인 이득이 돌아오는 것도 아닐 테고요. 수고스럽지는 않으세요?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게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 중 하나인 것 같았어요. 그리고 저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돼요. 중간 다리 역할을 함으로써, 제가 필요할 때 새로운 연결고리를 찾는 건 너무 쉬워졌어요. 꼭 트레바리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겠지만, 어디에서든 더 많이 줄수록 더 많이 얻는다는 걸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사람을 만나고 연결해주는 건 어떻게 해도 힘이 들지 않기도 해요.

 

정말 부럽네요. 그런 성향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걸까요?

 

방금 든 생각인데, 제가 주도적으로 자꾸 모임을 만들다 보니 수동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모임은 그만큼 더 줄어들었어요. 그래서 에너지 레벨이 유지되는 걸 수도 있겠네요.

 

조금 다른 얘기지만, 트레바리가 저에게는 대학교 같은 곳이더라고요. 보통 결혼식 하객으로 회사 동료나 대학 동기들이 오잖아요. 저는 한국에 지인이 많지 않으니, 만약 결혼식을 한다면 멤버들이 대학 동기 같은 역할을 해주시게 되겠죠. 정혜승 전 클럽장님은 지도교수, 윤수영 대표님은 총학생회장. (웃음) 차이가 있다면 대학교와 다르게 트레바리 생활은 온전히 제가 하고 싶은 일로만 채울 수 있다는 거고요.




 

5. 척추가 되어준 책은


이제 가져와주신 인생의 책을 소개해주세요.

 

<플래너리 오코너>라고, 단편소설집이에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가 논픽션을 가장 많이 읽는데, 논픽션 중에서는 딱 한 권만 꼽을 수가 없겠더라고요. 계속 새로운 책을 읽어나가다 보니 책들의 인사이트가 서로 부딪히면서 한 권 한 권의 중요성은 오히려 줄어든 거죠. 보다 근원적으로 접근해서, 제 사고의 척추를 만든 책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이 책이 나왔어요.

 

제목이 특이한데, 사람 이름인가요?

 

작가의 이름이에요. 평생 단편소설만 쓴 사람이고, 마흔이 되기 전에 요절했어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지만, 책에서는 오히려 믿음을 가진 사람의 부정함과 허위의식을, 그리고 그것들이 어떻게 불행과 고통 속에서 성스럽게 변할 수 있는지를 다뤘고요. 10년 전쯤인가, 맨부커 상을 받은 모든 책 중에 단 한 권의 책을 선정하는 투표에서 이 책이 뽑혔어요. 말 그대로 영미문학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플래너리 오코너>는 어떻게 사고의 등뼈가 될 수 있었나요?

 

한국에서의 저는 좋은 환경에서 자란 편이었는데, 유학 생활을 하면서 아무래도 사회가 내재한 차별이나 비합리성을 더 많이 경험하게 됐어요. 그러다가 이 책에도 실려 있는 ‘좋은 사람은 드물다’라는 단편을 읽고 충격을 받았어요. 우연히 찾아오는 불행과 삶의 아이러니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비로소 고민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해본 적 없었던 질문을 하게 해준 거죠. 거꾸로 저는 플래너리 오코너와 비슷한 글은 절대 못 쓸 것 같지만요. 그처럼 냉소적이지도 않고, 픽션을 쓸 만큼의 글재주도 없고요.

 

책이 은우님의 좌표 위에서 계속 영향을 주었다기보다는, 한 번의 접촉이 있었고 그때 새로운 영역이 열린 거네요.

 

그렇죠. 호그와트로 향하는 9와 ¾ 플랫폼이 열린 것처럼.

 

앞으로 은우님의 삶은 또 어떤 방향을 가리키게 될까요? 스스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계속해서 하고 싶은 게 찾아오고, 만들고 싶은 게 생기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 책을 읽고 트레바리를 하는 것이기도 해요. 새로운 자극을 받으니까. 다음으로는 제가 만드는 컨텐츠가 꾸준히 쌓이면서 영향력을 갖고, 하나의 선순환을 이루면서 우상향할 수 있기를 바라요.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대학교 같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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