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제목들이 ‘베스트셀러’를 빼곡히 채우고 있는 요즘 대형서점을 떠나 ‘독립서점’의 문턱을 드나드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높디높은 언덕을 올라, 지도 앱 없이는 찾을 수 없는 곳에 위치한 독립서점은 마치 숨은 보물창고를 찾아가는 기분을 들게 합니다. 드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독립서점의 문이 열리면 익숙한 책 냄새와 낯선 책 제목들이 우리를 반기죠.
4시간 동안 진행된 트레바리 이벤트 ‘독립서점 크롤링’은 해방촌에서 가장 핫한 3곳의 독립서점을 방문했고, 트레바리 멤버들이 구매한 책을 편지와 함께 서로 교환하며, 얘기할 수 있는 네트워킹 시간을 가졌습니다.
13:50 PM - 6호선 녹사평역 2번 출구
10명 남짓 멤버들이 모였습니다. 아담하게 꾸며진 독립서점에 10명이 모두 함께 들어가기엔 무리라 판단되어 두 팀으로 나눠서 진행됐습니다. 어릴 적 단체로 줄지어 소풍을 가던 그날처럼, 짝지어 걸으며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덧 해방촌의 드높은 언덕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14:10 PM - 스토리지북앤필름
한 시간 같았던 10분 동안 가파른 언덕을 오르니 지도 앱이 도착했다는 알람을 보내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구요. 그 많은 책 중 눈에 띄었던 책은 ‘안녕 엄마 안녕 유럽'.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생처음 혼자 여행을 떠나는 작가의 이야기입니다. 언젠가는 나의 곁을 떠나야 할 나의 엄마가 생각나서, 오늘 아침 퉁명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던 내가 떠올라서, 집어 들 수밖에 없는 책이었습니다.
15:00 PM - 고요서사
조그마한 언덕을 오르고 몇 번의 계단을 오르니 금세 도착한 ‘고요서사'. 서점에 대한 주인 분의 간단한 소개와 함께 두 번째 독립서점 탐방이 시작됐습니다. 아담한 내부에는 읽을거리가 가득했어요. 즐겨 읽는 ‘Conceptzine’ 매거진이 차곡히 쌓여 있었고, 주인의 애정 담긴 메모가 적힌 책들도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쳐다보지도 않았을 제 손바닥 크기만 한 책을 꺼내 드는 멤버들을 감탄하며 다음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15:35 PM - 별책부록
하얀 벽과 잘 어우러진 내부 인테리어는 정갈했고, 느지막한 오후에 읽기 좋은 책들이 즐비했습니다. 공간을 꾸민 주인의 성격과 취향이 잘 드러났고, 이 곳 별책부록은 저의 취향을 완전 저격했습니다. 한쪽 벽에 세워진 책장에서 ‘문장 수집 생활, 밑줄 긋는 카피라이터의 일상적 글쓰기'라는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읽다 결국 ‘별책부록'이 적힌 투명한 봉지를 흔들며 나왔습니다. 아, 이렇게 또 제 책장에 책들이 쌓이는 건가 봅니다.
16:10 - 올드타운 카페
3곳의 독립서점 탐방을 마치고 서점들의 중간지점에 있는 ‘올드타운'이라는 카페에 들어섰습니다. ‘트레바리에서 왔어요!’라는 크루의 활기찬 인사와 함께 우리는 지하로 안내되었어요. 우리만을 위해 준비된 공간에 앉아, 시원한 음료와 달달한 와플과 함께 우리들의 이야기가 시작됐습니다. 각자의 클럽에 대한 소개와 트레바리에 대해 궁금한 점부터 책을 고르는 노하우까지.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책과 트레바리에 대한 애정을 나눴습니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각자 골라온 책을 소개하며, 짧지만 따뜻한 편지와 함께 책 교환을 했습니다.
숨 가쁘게 언덕을 넘어온 하루를 마무리하기 딱 좋은 책들을 손에 한 권씩 쥐고, 트레바리 이벤트 ‘독립서점 크롤링'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