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이 어려워지는 시대, 호기심 많은 독립적 사고가 필요해요."
2019.08.12

트레바리들 인터뷰의 18번째 주인공은 바로 [에스티마의 북클럽]의 클럽장이자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님이신 임정욱 님입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임정욱 님과 트레바리의 세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어요.


첫째, 긴 호흡의 독서를 중요시합니다. 📚

빠르게 변하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망하는 정욱 님은 "긴 호흡, 깊은 성찰"에 대해서 강조했어요. 실제로 정욱 님이 다니던 회사를 휴직하고 MBA를 지원할 때, IT에 관심을 가지게 될 때, 그 계기는 한 권의 책이었다고 해요. 과연 어떤 책이었을까요?


둘째, 오랜 기간에 걸친 변화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

정욱 님은 단 한번의 만남으로는 뛰어난 창업가를 알아볼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정욱 님이 20년 넘도록 해온 기록에서 뛰어난 창업가는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까요?


셋째, 연결을 중요시합니다.🤝🏻

정욱 님은 약한 연결을 통해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고,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합니다. '사람들을 더 친하게'하는 건 즐겁기도 하고 세상에 더 큰 가치를 이루어내는 일이기도 한 셈이죠. 이런 약한 연결에서 잘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각각의 질문에 대한 답이 궁금해지는데요, 그렇다면 이제 직접 임정욱 클럽장 님을 만나러 가보실까요?

(인터뷰 글 / 사진 최성운 님)



1.첫 번째 원칙은 재미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깊이 살피시는 만큼 트레바리의 존재는 알고 계셨을 것 같은데, 클럽장으로 참여하시는 데는 어떤 배경이 있었나요?

첫 번째로 윤수영 대표가 강하게 권유를 했었고, 저 스스로도 트레바리라는 서비스가 왜 이렇게 인기를 얻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어요. 마지막으로는 이미 클럽장 경험이 있던 지인들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고요. 1년 전 여름에 해봤을 때 좋은 경험이라고 느꼈는데, 그해 가을부터 굉장히 바빠지는 바람에 잠시 쉬었다가 돌아오게 됐어요.


어떤 측면에서 좋은 경험이라고 느끼셨어요?

우선 저도 평소에 한 권의 책을 읽고 깊게 생각해볼 기회가 드물어요. 그리고 트레바리의 고객층은 저보다 젊은 30대 분들이 주축인데, 제가 그런 분들과 만나서 긴 시간 동안 하나의 주제에 대해 얘기해 볼 시간이 잘 없잖아요. 요즘 세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고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이라서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에스티마의 북클럽]은 글로벌 IT 트렌드와 스타트업 생태계를 다루는 클럽이라고 들었어요.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하는 것인데, 사후적 행위인 독서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건 어떤 걸까요?

트렌드는 뉴스를 통해서 짧게 흡수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현상의 이면을 깊게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독서를 통해서 얻는 배움이 중요할 때가 있죠. [에스티마의 북클럽]에서는 특정 인물이나 회사의 역사를 긴 호흡으로 바라본 책들을 주로 읽고 있어요.


그렇지 않아도 19.05-08시즌의 첫 책으로 <우버 인사이드>를 고르셨다고요.

책 자체는 나온 지 시간이 좀 지났지만, 마침 첫 모임 날짜가 우버의 기업공개 직전이어서 타이밍이 맞았죠. 제가 추천사를 쓴 책이기도 하고, 우버라는 서비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골랐어요.


읽을 책을 선정하실 때 고려하시는 기준이 있나요?

첫 번째 원칙은 재미있어야 한다. (웃음) 재미없는 책을 읽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두 번째는 의미 있는 토론이 가능한 책이어야 한다는 건데, 이번 시즌에 읽은 <배드 블러드>나 <히트 리프레쉬>는 논의할 여지가 많거나 시기적으로 적절한 책들이었어요. 사실 책 고르는 게 쉬운 일이 아니어서 매번 고민하고 있어요.




2,가장 좋은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시간



[에스티마의 북클럽]에서 토론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우버 인사이드>를 예로 들면, 책을 읽고 나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궁금증을 연결해서 제가 발제문을 준비해 갔어요. 우버의 기업가치가 부풀려졌다는 비판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버의 서비스가 혁신을 가져오는 동시에 택시 산업에는 위협으로 작용했는데 규제가 필요할지, 앞으로 세계의 모빌리티 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지. 멤버 각자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이슈에 대해 묻고, 토론 도중에 정보가 더 필요하다면 그 부분에 대해 잘 아는 누군가가 이야기를 하는 식이에요.



정욱님께서는 해당 이슈들에 대한 의견을 미리 가지고 계신 편인가요?

의견이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죠. 그런데 제 의견의 유무는 중요하지 않은 게, 트레바리의 독서모임은 어떤 정해진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시간이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활발하게 듣고, 몰랐던 점들을 저도 같이 배우는 게 목적이 아닐까 해요.


지금까지 다양한 회사의 리더로 일해 오셨는데, 트레바리 클럽장이라는 역할에 대해서는 어떻게 느끼셨는지 궁금해요.

멤버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골고루 끌어내기 위해 소통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비슷하죠. 회사의 회의와 독서모임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목적은 ‘가장 좋은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것’이니까요. 다만 회사는 어떤 일을 잘하기 위한 과정에서 책임자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줘야 하는데, 말씀드렸듯 트레바리는 순수한 독서모임이니까 그런 점에서 부담은 없어요.


원래부터 책을 좋아하셨나요?

어릴 때부터 항상 취미는 독서라고 적었지만, 깊이 있는 독서가는 아니에요. 그냥 재미있는 책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영어를 공부하려고 존 그리샴의 추리소설을 읽는다거나, 일어를 공부할 때 니시무라 교타로의 소설을 읽기도 했고요. 가장 많이 읽은 건 아마 만화일 거예요. (웃음)


그러면 정욱님의 삶에서 중요한 영향을 끼쳤던 책은 따로 없을까요?

다니던 회사를 휴직하고 MBA를 지원하는 동기가 된 책이 있는데, 오마이 겐이치의 <샐러리맨 서바이벌>이에요. 98년도에 일어로 읽은 책이라서 한국어 번역본이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아주 대단한 내용이라기보다는, 샐러리맨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사고와 공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책이었어요. 인생의 어떤 단계에서 때마침 적절한 깨달음을 주는 책이 있는 거죠. 애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iCon 스티브 잡스>를 읽으면서였어요.




3. 연결은 만드는 것이 아닌 유지하는 것



정욱님께서는 매일 SNS를 통해 IT업계의 주요 소식들을 포스팅하시잖아요. 평소에 어떤 미디어를 통해서 정보를 얻고 계세요?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패드로 주요 신문들을 훑어봐요. 국내 언론은 조중동과 한겨레, 미국은 뉴욕 타임즈와 월스트리트 저널, 일본은 닛케이. 모두 자세히 읽어보지는 못하니까 흥미로워 보이는 걸 그때그때 메모하듯 쓰는 거죠. 요새는 다른 할 일이 많아서 예전처럼 정성을 들이고 있지는 않아요.


기자로 오래 일하셨던 만큼 정보를 정리하고 흡수하는 요령도 탁월하실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오늘 닛케이 신문에서 소프트뱅크가 비전펀드 2호의 출범을 확정했다는 기사를 읽었다면, 중요한 숫자나 단어를 중심으로 내용을 요약한 뒤에 제 생각을 한 줄 정도 적어요. ‘비전펀드 1호가 전 세계 유니콘들의 젖줄 역할을 해왔는데, 더 큰 규모로 2호가 만들어지니까 앞으로도 스타트업 붐은 이어질 것이다.’ 깊은 생각을 하고 글을 쓴다기보다는, 짧게라도 정리해두면 제가 기억하는 데 도움이 돼서 하는 일에 가까워요. 제가 제 글을 다시 찾아보는 경우도 많거든요.


트레바리의 비전 중에는 ‘사람들을 더 친하게’라는 부분이 있는데, 정욱님께서는 SNS를 통해서 40만명이 넘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계시죠. 얕고 넓은 연결을 만드는 일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그래서 저의 가장 큰 문제가 사람들의 얼굴을 못 알아보는 거예요. (웃음) 약한 연결을 만들기가 예전보다 훨씬 쉬워진 시대지만, 약한 연결이라는 건 다르게 말해서 그대로 두면 단절된다는 뜻이거든요. 조금씩이라도 이메일을 주고받거나 SNS를 통해서 내 존재를 알리는 게 중요하고, 그러다 보면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기도 해요. 제가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을 맡게 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고요. 이제는 제가 사람들에게 연결의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거기서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지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유망한 스타트업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기도 하시잖아요. 굉장히 많은 수의 창업가를 만나실 텐데, 뛰어난 창업가를 알아보시는 기준이 있나요?

얼마나 열정적인지, 얼마나 똑똑한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와 같은 기준들이 있죠. 하지만 중요한 건 한 번의 만남으로 절대 알 수 없다는 거예요. 그분들은 이전에도 저와 연결이 맺어진 적 있을 가능성이 크고, 다시 말하면 제 이메일이나 SNS에 그분들의 예전 모습이 아카이빙이 되어있는 셈이에요. 기자였을 때부터 세면 20년 넘게 기록이 쌓였는데, 넥슨의 김정주 회장이나 네이버의 이해진 의장 같은 분들이 지금의 위치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도 봐왔거든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대단한 사람은 없어요. 몇 년에 걸쳐 회사를 어떻게 성장시키는지 지켜봐야 비로소 알 수 있죠.





4. 평생학습의 시대



이제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 센터장으로서 하고 계신 일에 대해 여쭈고 싶어요. 취임하신 뒤로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해 오신 일은 어떤 건가요?

저는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잘 성장하고 있고, 좋은 스타트업들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리는 일을 열심히 해온 것 같아요. 저뿐이 아닌 저희 팀 전체가요. 아직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어두운 면만 알고 계시는 경우가 많아서, 매체 인터뷰나 강연을 통해서 긍정적인 점들을 알리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스타트업이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개인적 확신을 가지게 되신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제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발간하는 <나라경제>라는 잡지에 매달 창업가 인터뷰를 기고하고 있거든요. 토스나 마켓컬리처럼 흥미로운 스타트업의 대표들을 만나서 대화하는 시간을 3년 정도 가져왔는데, 어느 순간 감탄이 나오더라고요.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제가 본 실리콘밸리의 회사들과 비교해서 부족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해외의 벤처투자자들과 만날 기회도 많이 갖고 있는데, 미국이나 이스라엘 정도를 제외하면 한국만큼 좋은 인재와 시장을 갖춘 곳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매번 실감하고 있고요.


앞으로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스타트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나 오해를 풀고 싶은 마음이 커요. 우리나라는 도덕률이 굉장히 높은 사회잖아요.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스타트업이 모든 일을 처음부터 잘할 수 없을 텐데, 너무 가혹한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모든 것들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인 만큼 낡은 규제는 과감하게 철폐하고, 스타트업들이 더 큰 문제를 풀고 더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투자자들도 더 많이 나와야겠죠. 기업의 성장은 창업가만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니까요.


모든 것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라고 하셨어요. 이 글을 읽을 트레바리의 멤버 분들을 포함해서, 개개인은 앞으로 어떻게 세상의 변화에 적응해나가야 할까요?

이제 평생학습을 해야 하는 세상이잖아요. 스스로의 호기심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그러려면 자꾸 질문을 해보는 수밖에 없어요.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연습이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 해요.


정욱님께서 기대하시는 패러다임의 변화 한 가지를 꼽아주실 수 있을까요?

한 가지 느낀 건 국가의 경계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 거예요. 이제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물건은 스마트폰이잖아요. 인터넷이 연결되는 한 어떤 나라에 가든 내 정체성이 매끄럽게 이어지고, 내가 어디서 어떻게 살지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죠. 글로벌한 인재의 교류는 더욱 가속화될 거라는 생각이에요. 저도 미국에서 라이코스 대표로 일할 때, 다양한 국적의 직원들과 부대끼면서 사람의 고민은 어디서나 다 비슷하다는 걸 경험했거든요. 앞으로 더 열린 사회가 되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희망이 있어요.


저도 참고하겠습니다. (웃음)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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