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창업가들을 모아 트레바리를 하는 이유
2022.09.14

창업가는 반드시 책을 읽어야 합니다


최윤섭(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대표)



어떤 스타트업이 결국 성공하는가?

성공하는 스타트업과 그렇지 못한 스타트업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는 벤처투자자로서 내가 항상 가지고 있는 질문이다. 모든 벤처투자자는 성공할 것으로 생각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실패할 것으로 생각하는 스타트업에 돈을 베팅하는 투자자는 없다. 하지만 모든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나는 지난 10년 남짓한 기간 동안 40개 정도의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였다. 그중에 성공적으로 IPO의 문턱을 넘은 스타트업도 있지만, 폐업하거나 좀비처럼 목숨만 겨우 부지하는 곳도 있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많은 요인들이 있겠으나, 결국 대표자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스타트업, 특히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대표의 역량이 더욱 중요하다. 스타트업은 제한된 자금, 인력, 시간과 불확실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문제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결하면서 큰 사업성과를 만들어내려는 조직이다. 이런 어려운 일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이 조직을 이끄는 대표자의 역량이 결정적일 수밖에 없다.


대표가 성장해야 스타트업도 성장한다


스타트업은 결국 대표의 그릇만큼 성장한다. 특히 대표자가 ‘경영자’로서 성장해야 한다. 나는 이 인사이트를 수많은 스타트업들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체득하였다. 아무리 좋은 여건과 유리한 환경에 있는 스타트업도 대표가 경영자로서의 역량이 성장하지 않으면 결국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다. 반면, 여건이 다소 불리하더라도 스타트업 대표가 경영자로서 성장하고 그릇이 커진다면 그 스타트업이 어떻게든(사업 아이템을 피보팅해서라도) 돌파구를 찾아내는 것을 보았다.

그렇다면 그다음 질문은 “어떻게 스타트업 대표들이 경영자로서 성장할 수 있을까?”이다. 사실 대표는 아무나 될 수 있다. 근처 세무서에 가서 사업자등록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경영자로 성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특히 현실적으로 회사와 같은 조직 경험이나 사회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인재가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정말 타고난 소수를 제외한다면, 이들은 경영자로서 경험이 부족하며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끊임없이 성장하고 진화해야 한다. 특히 향후 수십 명을 넘어 수백, 수천, 수만 명으로 구성된 회사를 이끌기 위해서는 말이다. 하지만 스타트업 대표는 너무 바쁘고,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일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그래서 경영자로서의 장기적인 성장은 뒷전에 미뤄두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당장 해치워야 할 일에 급급하다 보면 조직의 성장에 오히려 대표자의 성장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는 조직에도, 또 경영자 개인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스타트업은 대표의 그릇이 커지는 만큼만 성장할 수 있다. 따라서 대표자는 본인이 성장하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을 의식적으로 반드시 해야 한다.


스타트업 대표가 성장하기 위한 세 가지 방법


나는 스타트업 대표가 경영자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경영 도서를 읽으면서 배우는 것이다. 극도로 바쁘고 시간이 부족한 스타트업 대표에게 독서에 시간을 쓰는 것이 사치스럽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을 읽는 것처럼 효율적인 것도 없다. 좋은 책을 읽는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세계 최고의 경영자나 시행착오를 이겨내고 성공을 거둔 선배 창업자가 경험과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남겨둔 책이 있다면 이런 책을 통해 경영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 내가 아는 많은 훌륭한 스타트업 경영자들이 독서광인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 성공한 선배 창업가들에게 배우는 것이다. 스승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 책에서도 배울 수 없는 조언이나, 며칠 밤을 잠 못 들게 하는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선배와의 티타임이나 술자리에서 너무나 간단히 얻을 때가 있다. 이미 IPO를 하고 수십 년 사업을 한 분들께 배울 수도 있고, 지난달에 시리즈B 펀딩에 성공한, 우리보다 조금 앞서서 경험을 하고 있는 선배 창업가에게 당장 오늘의 고민에 대한 해법을 배울 수도 있다.

세 번째, 동료 대표자들 서로에게 배우는 것이다. 스타트업 대표의 고민은 특수하다. 스타트업은 특수한 목적을 가진 특수한 유형의 조직이기 때문에 스타트업 대표가 아닌 사람은 그 고민을 이해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심지어 대기업의 대표나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스타트업 대표가 가지는 고민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스타트업 대표가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다. 어떤 대표님은 “배우자보다 경쟁사의 대표가 내 고민을 더 잘 이해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들의 경험과 시행착오, 그리고 경영철학에서 서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



사진_최윤섭 제공



스타트업 대표로만 구성된 트레바리 클럽


이러한 세 가지 방법을 어떻게 많은 대표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지 궁리 끝에 트레바리에서 답을 찾았다. 바로 스타트업 대표들로만 멤버를 구성하여, 경영학 도서를 읽고 토론하는 독서모임을 진행하는 것이다.

내가 진행하는 클럽은 스타트업 대표들만 참여할 수 있다. 특히 나는 헬스케어 분야의 스타트업에만 투자하기 때문에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대표들로만 참여자를 구성한다. 비슷한 분야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고,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대표들이 모이기 때문에 더욱 밀도 높은 토론과 경험과 고민의 공유가 가능하다. 모임에서는 엄선된 경영학 도서를 매달 한 권씩 읽고 토론한다. 특히 경영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경영학 명저들이나, 스타트업 경영에 특화돼 당장 오늘부터 회사에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책으로 고른다. 예를 들어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와 같은 전설적인 경영학 명저뿐만 아니라, ‘블리츠스케일링’, ‘하드씽’, ‘팀장의 탄생’과 같은 스타트업에 특화된 실용적인 경영서도 읽었다. 내가 읽었던 책 중에 직접 고르기도 하고 주변의 창업자나 전문가들에게서 추천받기도 한다.

나아가 매번 선배 창업자를 특별 게스트로 모신다. 여기에는 나의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한다. 앞서간 선배 창업자 중에서 이번 달의 책 주제에 적합한 경험을 갖추고 계시며, 후배 창업가들에게 기꺼이 시간을 내어 ‘Pay it forward’ 하실 수 있는 분들을 내가 섭외해서 모시는 것이다. 지금까지 루닛의 백승욱 의장님, 눔코리아의 김영인 대표님, 휴레이포지티브 최두아 대표님, 해피문데이 김도진 대표님, 그리고 트레바리의 윤수영 대표님 같은 선배 창업자들을 특별 게스트로 모셨다. 이런 분들이 참여하여 경험에서 나오는 인사이트를 알려주면 토론의 질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다. 또 이들과 세 시간 가깝게 토론하면서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네트워크도 덤이다.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주신 선배 창업가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경영학 읽기] (시즌1)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경영학 읽기] (시즌2)





대표님들의 성장, 대표님들의 위로


트레바리에서는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놀라울 정도로 높은 수준의 토론, 경영 인사이트와 경험의 공유, 대표자들 사이의 네트워킹, 그리고 더 나아가 서로에 대한 공감과 위로가 이뤄졌다.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또 노트에 빼곡히 메모를 하는 분들도 있다. 클럽장인 내가 모더레이터로서 발제를 하지만, 토론이 한창 진행되다 보면 대표님들께서 활발하게 서로 묻고 답하기 때문에 오히려 내 역할은 크지 않다.

실무적으로는 조직의 구성, 업무평가 시스템, 회의하는 방식, 타운홀 진행 노하우부터, 직원 채용 방법이나 인터뷰 방식, 1:1 면담 노하우나, 문제 직원을 대하는 방법, 그리고 대표 본인의 멘탈과 스트레스 관리법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노하우가 가감 없이 공유된다. 최근에는 본인이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서 받았던 정신과 치료와 심리상담에 대해서도 공유해주신 대표님이 계셨다.

또한 이렇게 경영서를 읽고 토론하는 시간은 대표자로서 본인의 역할을 자각하고, 한걸음 물러서서 나무보다는 숲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기회를 제공한다. 참여하는 대표님들에게 여러 번 들었던 피드백 중의 하나는 “책장을 넘기기가 너무 고통스러웠다”는 것이다. 경영학책을 읽으면 당장의 급한 업무를 핑계로 미뤄뒀던, 회사의 근본적이고 중요한 사안에 대한 고민이 다시 떠오르기 때문이다. 사실 대표의 역할은 ‘대표자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표는 회사의 다른 멤버들도 할 수 있는 일보다는 정말 대표자만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특히 초기) 스타트업 대표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런 책을 읽으면서 ‘책장을 넘기기가 고통스럽다’는 것은 오히려 대표자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상기시키며, 장기적으로 본인과 회사의 성장을 가져오는 건강한 고통이라고 생각한다.

또 어떤 대표님은 우리 한 달에 한 번 트레바리 모임이 자신이 유일하게 마음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하셨다. 자신은 주 7일, 24시간 업무 생각밖에 하지 않지만, 이 북클럽에 와서 다른 대표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하는 시간만큼은 마음이 편안하다는 것이다. 다른 대표님들과의 이야기에서 자신의 고민이 나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하고 있고 앞서간 선배 창업자들도 한 고민이라는 것에서 많은 위안과 에너지를 얻고 돌아가신다.


또 새로운 시즌으로


한 달에 한 권의 경영학책을 읽고, 황금 같은 금요일 저녁에 서너 시간을 따로 내어서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것은 격무에 시달리는 대표자들에게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이 모임이 정말로 대표님들이 경영자로 성장하기 위해 도움이 되고, 스타트업들이 더 성공하는데 유의미한 기여를 할 것인지는 시간이 지나 봐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어떻게 하면 더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공헌할 것인지를 항상 고민하는 초기 투자자이다. 나는 진정으로 스타트업이 잘 되면 좋겠고, 또 온갖 역경과 어려움 속에서 스타트업을 경영하시는 대표님들을 무한히 존경한다. 이분들을 위해서, 부족한 내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한 끝에 북클럽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지난 8개월 동안 두 번의 트레바리를 통해서 그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고, 또 새로운 시즌의 오픈을 앞두고 있다. 나아가 이번 시즌에는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대표들이 참여하는 클럽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C-level 들만 참여할 수 있는 북클럽도 새롭게 시작한다. 대표자가 아닌 C-level 분들 중에서도 이러한 기회를 원하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스타트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표자뿐만 아니라 대표자를 뒷받침해주는 C-level 들의 경영역량 강화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큰 변화가 없다면 나는 앞으로도 트레바리 클럽을 꾸준히 진행해볼 생각이다. 아직은 멤버들이 대부분 초기 스타트업 경영자들이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클럽에서 상장사가 나오고, 유니콘이 나오며, 그래서 과거의 멤버가 선배 창업가로서 특별 게스트로 컴백하여 후배 창업가들에게 다시 조언을 들려주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CEO]

[헬스케어 스타트업: C-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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