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사람들이 제가 그냥 저라는 이유만으로 신뢰를 보여주는 거예요."
2019.02.21

독후감을 내려면 반드시 한 달에 한 번은 트레바리 홈페이지에 방문하게 되는데요, 이런 홈페이지는 누가 만드는 걸까? 궁금하셨던 분들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특히, 트레바리 홈페이지 리뉴얼 포스팅을 보신 분들이라면 더더욱이요! 그래서 오늘은 트레바리 테크셀 리더, 정원희 님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매일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원희 님의 이야기, 들어보실까요? :) (인터뷰/사진 최성운님)



1. 멤버에서 파트너로, 다시 크루로



멤버, 파트너, 크루를 모두 경험하셨다고 들었는데, 각각의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갔던 과정이 궁금해요. 먼저 멤버에서 파트너가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멤버로 활동하면서 재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제가 조금씩 좋은 사람이 되어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당시 제 클럽을 맡아주셨던 파트너 분이 좋았고, 그분이 어울리는 다른 파트너들도 좋은 분들 같아서 친해지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파트너를 하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파트너를 해본 소감은 어땠나요?


쉽지는 않았어요. 저는 코드를 짜던 사람인데, 파트너의 일은 인풋을 넣으면 바로 아웃풋이 나오는 일이 아니라 사람에게 인풋을 넣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멤버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더라고요. 흔히 판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 사람과 판을 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저는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라서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트레바리에서 입사 제안을 한 거군요.


그렇죠. 저는 당시 회사를 잘 다니고 있었는데 (웃음) 수영님이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처음 제안받았을 때는 조금 신기했어요. 특별한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냥 대표와 파트너의 관계였거든요. ‘이 사람이 나에 대해 뭘 안다고 같이 일하자고 하는 거지?’ 이런 생각도 들고. 그전까지 일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수영님에게는 이유를 물어보셨나요?


지나가면서 볼 때마다 웃고 있고, 대화해보니까 좋은 사람 같아서 함께 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대요. 사실 납득이 잘 안 갔어요. (웃음)


제안을 수락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멤버와 파트너로 활동하면서 제가 좋은 사람으로 변해가는 게 느껴졌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저뿐만이 아니라 같이 활동했던 멤버 대부분이 그랬어요. 이건 엄청난 일이잖아요. 어떤 서비스가 누군가의 인생에 개입해서 그 사람을 변화시키는 건 엄청난 일인 것 같은데, 심지어 그런 사람이 꽤 많은 것 같아 궁금하더라고요.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일을 하지? 이 서비스는 왜 만들었지?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거지?’


2. 문턱을 다듬는 사람



트레바리는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만드는 회사잖아요. 테크 셀의 일은 오프라인과는 거리를 두고 있을 텐데, 그 점에서 오는 충돌은 없었나요?


실제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 회사에서 기술은 얼마나 가치가 있으며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이요. 입사 초기에 내렸던 결심은, 기술로써 다른 크루들의 수고를 덜고, 그들이 오프라인에서 더 큰 가치를 만드는 데 집중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자는 거였어요. 다음으로 생각했던 건, 사람들이 독서모임에 와서 가치를 얻어가려면 그전에 꼭 홈페이지를 거쳐야만 하잖아요. 문턱까지는 오게 만들겠다는 사명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전에 계셨던 다른 회사들과는 업무 방식도 문화도 달랐을 것 같아요.


입사 초기에 저를 제외한 다른 크루들은 전부 오후에 출근해서 새벽에 퇴근하는 사이클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그럴 필요가 없었고, 심지어 같은 공간에서 일할 필요도 없었어요. 자꾸 프리랜서처럼 원격으로 근무를 하다보니까, 이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크루가 아닌 외주 개발자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직까지도 결심했었어요.


결심을 바꾼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이직을 생각하던 즈음에 프로젝트 하나를 마음먹고 크게 시도했는데, 결과가 생각보다 훨씬 좋지 않았어요. 그런데 함께 일하던 영훈님이 정말 꿋꿋이 계속해나가시는 거예요. 그 모습도 인상 깊었고, 또 제가 여기에 와서 이뤄낸 게 없는 거잖아요. 오기가 생겨서 성과를 낼 때까지는 남아야겠다고 생각했죠. 마침 회사에서도 “원희님이 크루로서 좀 더 함께 일해주면 좋겠다”고 얘기해줘서, 새롭게 몰입된 상태로 시작할 수 있었어요.


어떤 프로젝트였어요?


독서모임을 신청하는 페이지의 디자인이 별로였어요. 그걸 개선하면 가독성도 올라가고, 서비스의 가치도 더 잘 전달될 테니까 당연히 전환율을 높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변화가 없더라고요. UI/UX를 예쁘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걸 배웠죠.


이제는 이유를 아시나요?


아직도 모르겠어요. 아직도 그 고민을 하고 있어서 퇴사를 할 수가 없네요. (웃음)


3. 트레바리, 나를 바꿔준 곳



아까 트레바리에서 점점 좋은 사람이 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셨어요. 어떤 방향으로 좋아지고 있다고 느꼈나요?


한마디로 사람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높아졌고, 제 자존감도 높아지는 걸 느꼈어요. 원래 타인과 애정과 신뢰를 주고받는 건 어려운 일이잖아요. 내가 누군가에게 무한한 신뢰를 주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는 경험을 한 번쯤 해봐야 하는 것 같은데, 전자는 두렵기 마련이고요. 트레바리에서는 운이 좋게도 후자의 기회를 쉽게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제가 그냥 저라는 이유만으로 신뢰를 보여주는 거예요. 멤버였을 때도 그랬고, 파트너였을 때 더 그랬고, 크루일 때 훨씬 더 그랬어요.


지금 원희님에게 회사는 어떤 의미를 가진 곳인가요? 방금 해주신 대답이 여전히 유효한지 궁금해요.


제 인생에서 아주 많은 걸 바꿔주고 있고, 앞으로도 바꿔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있어요.


앞으로도 바꿔줄 거라는 기대감은 어디에서 오나요?


트레바리 자체가 세상에 없었던 서비스니까, 저희가 하는 모든 일이 새로운 일이에요. 그러니 저도 남들이 이전까지 해본 적 없는 고민을 하겠구나, 더 많이 배워 가겠구나 싶은 거죠. 그리고 저희 크루들이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서, 그 부분도 많이 배우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도달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너무 멀리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고, 단기적으로는 동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함께 일하는 크루들이 보다 좋은 업무환경에서 일하면 좋겠고, 보다 좋은 세상에서 더 나은 자신이 되면 좋겠어요. 나아가서 그렇게 좋은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 좋겠죠. 



4. 스스로를 인정하는 법



저는 원희님에게서 목표지향적이고 열정적인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제가 학창시절에 공부 빼고 다 했거든요. (웃음) 남들이 할 때 안했으니까 지금 더 열심히 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 일종의 부채의식이라고 할까요.


그걸 하나의 동기라고 한다면, 원희님을 계속해서 움직이도록 하는 동력은 무엇인가요?


인정욕구요. 저는 남들에게 인정받는 걸 중요하게 여기는 편인데, 그게 저를 움직이게 하는 동시에 저를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해요. 그래서인지 수영님이 작년 12월에 미션을 주셨어요. 스스로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사실 타인의 인정에는 끝이 없으니까, 계속 불충분하다고 느끼게 되잖아요.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스스로 인정하는 법을 배우시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어떤 기분이 들었어요?


‘뭐가 문제지?’ 싶었어요. ‘직원이 끊임없이 어딘가를 향해 노력하면 좋은 거 아닌가?’ 물론 힘들긴 하지만, 저 개인에게도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단순히 힘들기만 한 게 아니었어요. 스스로 계속 불만을 갖다 보면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구별하지 못할 수가 있잖아요. 가시적인 성과에만 집착하게 될 수도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말씀해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스스로 인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일기를 조금씩 쓰고 있어요. 일기 쓰는 게 자기객관화에 도움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또, 계속해서 움직이기보다 가만히 멈춰서서 제가 느끼는 감정에 신경을 더 기울이기 시작했어요. 왜 이 사람이 좋고, 왜 이 음식이 왜 맛있고, 왜 이 음악이 좋은지. 지금의 감정을 차분히 느껴보고 표현하는 게 스스로를 인정하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아요.



5. 읽기와 쓰기를 좋아하는 개발자



일기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6000명의 브런치 구독자를 보유하고 계시잖아요. 예전부터 꾸준히 글을 써오셨나요?


블로그에 개발 관련 글을 끄적거리기는 했지만, 제 생각을 정리해서 내놓은 글은 “트레바리에서 개발 리더로 일하기”시리즈가 처음이었어요. 생각보다 널리 퍼지는 바람에 개발자 행사에서 알아봐주시는 분들도 생기고, 운이 좋았죠.


어떤 이유에서 쓰셨던 거예요?


저는 기억을 잘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기록을 잘하는 스타일도 아니었거든요. 트레바리에 와서 배운 게 정말 많고, 재미있고 고통스러운 경험을 정말 많이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제가 트레바리에서 진지하게 일하고 있고, 이 경험이 무척 좋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기도 했어요. 누구보다 함께 일하는 크루들에게요.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효과도 있었을 것 같아요.


글을 쓴다는 건 하나의 약속이기도 하잖아요. ‘나는 이런 사람이고 앞으로도 이런 사람일 거야’ 라는 약속. 저는 어떤 결심을 하면 항상 공유를 하는 편이에요. 지키지 못했을 때의 부끄러움을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거죠. (웃음)


SNS 프로필에 ‘읽기와 쓰기를 좋아하는 개발자’라고 적어두셨는데, 오늘 가져와주신 책은 어떤 책인가요?


<바른 마음>이라는 책이에요. 부제가 책의 메시지를 잘 요약하고 있는데,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어떻게 다른가.’ 원래 저는 세상에 진리 내지는 절대적인 옳음이 있다고 믿는 편이었고,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더 논리적으로 되려고 노력하던 사람이었어요. 그런 제 통념을 깨준 책이라서 좋아해요.


흔히 사람들은 옳은 말보다 좋아하는 사람의 말을 더 잘 듣는다고 하잖아요. 이 책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하는데, 단순히 논리적이고 맞는 말을 한다고 사람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들을 감정적으로 이해시켜야 된다는 말이 나와요. 실제로 뇌에서 감정을 관장하는 부분이 손상되면 사람들이 결정을 잘 못 내린다는 연구 결과도 첨부되어 있고요.


원희님도 감정이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체감했던 적이 있나요?


이 책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자신이 주장하는 방법론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점이에요. 어려운 단어 쓰면서 저자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책들도 많잖아요. 이 책은 비유도 적절히 사용하고 있고, 쉬운 언어로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요. 평소에 저희 크루들도 맞는 말을 하는 건 기본이고, 매번 상대방 입장에 서서 이야기를 하시거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항상 느끼고 있어요.


앞으로도 크루들과 오래 함께 일하실 수 있으면 좋겠네요.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조금씩 좋은 사람이 되어 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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