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제 커리어와 연결되는 건 아니지만, 그냥 다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019.03.15

흔히 트레바리는 자신이 노력한 만큼 좋아질 수 있는 좋은 헬스장 같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단순히 여가 시간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 말고, 트레바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요?


궁금하시다면 강지은님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보아야 합니다. (예, 맞습니다... 남원에서 서울까지 멀리서 오시는 분으로 소개되셨던 그 지은님이에요!) 한 달에 스무 권의 책을 읽는 것, 차덕후가 되는 것, 학위에 새롭게 도전하는 것, 그리고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것까지 너무나 다양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물론 트레바리를 한다고해서 지은님처럼 다 공부를 좋아하게 되는 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사진/인터뷰 최성운님)



1.다시, 공부를 시작하기



[법률가들]에서 1년 동안 파트너로 활동하셨다고 들었는데, 이름에서 짐작하기로는 법조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참여하는 클럽 같아요. 그런가요?


양지훈 클럽장님께서는 변호사지만, 저를 포함해서 멤버 중에는 법조계 종사자가 한 분도 안 계셨어요. 주로 법에 대해 알고 싶어서 오신 분들이 많았죠. 구체적인 법률 지식을 다루는 클럽은 아니었어요. <미스 함무라비>처럼 법원을 소재로 한 문학을 읽기도 하고, 대한민국 사법부의 역사를 다룬 책을 읽기도 했고요. 사회학이나 뇌과학이 법정에서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 들여다 본 적도 있네요.


법과 연결된 넓은 주제를 다뤘던 거네요. 토론에서는 주로 어떤 이야기를 하셨어요?


자주 언급됐던 주제로는 두 가지가 있었어요. 첫 번째, 대법관을 국민이 선거로 선출해도 되는가. 두 번째는 AI가 판사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가. [법률가들]이 만들어졌던 때가 사법농단 사건이 드러난 때이기도 했고, 클럽장님께서 관심을 가진 주제들이기도 했어요.


지은님은 어떻게 파트너로 합류하셨던 거예요?


아마 18년 1-4 시즌에 처음으로 파트너를 공개적으로 모집했을 거예요. 그때 경영/경제 분야만 빼면 어디든 괜찮다고 썼고, 압구정 아지트 크루이신 성전님의 추천으로 [법률가들]에 배정을 받았어요. 실제로 저는 법에 관심이 많았고요.


어떤 차원의 관심이었나요? 직접적으로 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경험을 해보셨던 건가요?


그런 건 아니었고, 법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었어요. 예전에 노무사 시험을 잠깐 준비하기도 했었거든요. 누군가에게는 말장난처럼 느껴지겠지만, 법 논리를 가지고서 사회를 해석하고 기준을 만들어나가는 게 흥미로웠어요. 예를 들어 헌법 11조 1항에는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차별받지 아니한다.” 라고 적혀 있어요. 그러면 사회적 신분이라는 단어가 어디까지 포괄하는지를 두고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잖아요. 지금이나 30년 전이나 헌법의 내용은 같지만 여러 사람들이 싸워오면서 해석의 의미를 넓혀왔던 거고, 앞으로도 계속 바뀌어 나가겠죠.


법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나요?


사실 올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부에 편입을 했어요. 노무사 시험을 포기하고서는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법률가들]을 하면서 다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딱히 제 커리어나 자격증과 연결되는 건 아니겠지만, 그냥 하고 싶었어요.



2. 북 & 티


원래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는 걸 좋아하세요?


머리가 굳는 느낌을 싫어하는 것 같아요. 계속 새로운 걸 자꾸 넣어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특정한 지식일 수도 있고, 하다못해 소설을 읽는 일이라도요.


독서를 많이 하시는 편인가 봐요.


제가 빈 시간을 못 참거든요. 그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 강박적으로 읽는다는 생각을 스스로 할 때도 있어요. 인스타그램에 독서 계정을 만들어서 정리를 하는데, 2월에만 스무 권을 읽었더라고요. 이제 개강했으니까 책 그만 읽고 공부해야죠. (웃음) 트레바리를 하면서 확실히 책을 많이 읽게 된 거 같아요. 많이 보이니까요. 다른 클럽에서 어떤 책을 읽는지도 보이고, 서로 책 영업도 자주 하고요.


독서 외에 또 다른 취미도 있으세요?


제가 트레바리에서 처음 참여했던 클럽이 [북티]였어요. 여기서 티는 tea를 말해요. 저는 [북티]를 하고 나서부터 차덕(차를 좋아하는 사람)이 됐어요. 차 마시는 시간을 따로 내서 잎도 고르고, 온도도 다르게 해보면서 마음을 쓰는 일 자체가 좋더라고요. 원래 미각도 둔감한 편이었는데 차를 마시다 보니까 훨씬 예민해졌어요.


그럼 모임에서도 함께 차를 내려 마셨던 건가요?


그렇죠. 책상에 다구를 쭉 펼쳐놓고, 지정된 사람이 차를 우려주면 따라 마시고. 첫 모임에서 마셨던 게 무이암차였는데, 그전까지 저는 녹차랑 홍차밖에 마셔본 적이 없었거든요. 청차의 종류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엄청난 세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죠.



3. 나를 바꾼 곳 (X) 나를 되찾은 곳 (O)


 

혹시 대학에서는 어떤 학문을 전공하셨어요?


저는 서양사학과를 졸업했어요.



인문학을 전공하셨다면, 학창 시절부터 토론이나 발제 문화에는 익숙하셨을 수도 있겠네요.


네. 저한테 트레바리는 안해봤던 걸 경험하게 해줘서 좋은 서비스는 아니에요. 옛날에 했었는데 지금은 못하고 있던 걸 하게 해줘서 좋은 거죠. 저는 학교 다닐 때 늘 독서모임, 학회 세미나 같은 걸 했었거든요. 졸업하면서부터 그렇게 속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사라졌던 거고요. 그래서 저를 막 새롭게 바꿔놓았다기보다는, 다시 예전처럼 살게 해줘서 좋다는 정도예요. 제가 좀 건조하죠? (웃음)


아뇨, 처음 접해보는 관점이어서 신선했어요. 의미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대학 후배가 고향에 내려가 있는데, 최근에 너무 답답하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학생 때부터 굉장히 지적 호기심이 많은 친구였는데 그런 이야기를 할 사람이 주변에 없다는 거예요. 답답해서 자기가 독서 모임을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트레바리는 어떤 식으로 운영하냐고 물었어요. 토론 문화에 익숙했던 사람들이 학교를 벗어나면 대체재를 찾기 어려워서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스스로 모임을 조직하는 것과 트레바리에서 참여하는 건 조금 다르지 않을까요?


어떤 종류의 모임이든 강제성이 없으면 힘들죠. 하다못해 회사에서도 동기 모임 잘하려면 회비를 걷으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모임이 잘 되려면 한 사람이 정말 희생을 하거나 운 좋게 좋은 사람들이 모이거나 둘 중 하나인데, 전자는 바람직하지 않고 후자는 거의 불가능하죠. 그런 지점을 트레바리가 잘 파고들었다고 생각해요.


비용을 지불하는 데서 오는 차이가 분명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사실, 이만큼의 돈을 낸다고 해서 독서 모임에서의 모든 경험을 다 보장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에요. 19만원은 아지트와 온갖 행정적인 일들과 다양한 기회에 대한 대가인 거지, 여기에 와서 내가 어떤 태도로 책을 읽을지와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지를 전부 보장해주는 건 아니잖아요. 소비자에게 많은 책임을 부여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해요.


독후감을 안 쓰면 모임에 참석할 수 없기도 하고요.


그래서 어떤 사람은 너무 큰 두려움을 느껴서 못 올 수도 있고, 누군가는 너무 말도 안 되는 기대를 품고 올 수도 있는데, 그냥 자기가 하는 만큼 얻어간다고 생각하면 편한 것 같아요. 독후감도 쓰다 보면 끝나는 게 400자인데. (웃음) 같은 클럽 멤버들이 좋으면 땡큐고, 그게 아니더라도 강제로 책 읽는다는 생각으로 하면 되죠. 헬스장에 등록할 때 엄청난 기대를 하고 가지는 않는 것처럼.


 4. 결혼하지 않는 삶에 대하여



최근에 인상 깊게 읽으셨던 책이 두 권 있으시다고요.


먼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비혼>이라는 책이에요. 비혼과 비연애에 대한 독립잡지 <계간홀로>를 만드는 이진송 님이 70대 비혼주의자이신 김애순 님과 나눈 대화를 기록한 대담집이에요.


기획부터 무척 흥미롭게 들리네요.


최근에 비혼과 관련된 책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사실 저는 대부분이 비슷하다고 느끼거든요. 좋은 말들이죠. 그런데 이 책에 등장하는 김애순 님은, 그 시대에 흔치 않은 비혼주의자이시지만 저희와 세대가 차이나는 만큼 생각이 다른 부분도 많아요. 본인은 결혼하지 않으셨지만 가족은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시고, 친척들도 다 챙기시고. 어쩌면 그게 현실적인 걸 수도 있어요. 하다못해 병원에서 간병해줄 사람이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도 있으니까요. 기존의 가치관과 비혼이 만나는 지점들에 대한 논의가 좋았어요.


또 다른 책은 어떤 책인가요?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두 명의 여성이 성인이 된 이후에 만나서 함께 살게 된 과정부터, 성격이 달라서 생기는 문제와 일상을 교차식으로 쭉 써놓은 책이에요. 3-40대 여성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반드시 독신을 의미하는 건 아닐 수도 있잖아요. 다만 여성 두 명이 함께 살아가는 건 지금까지 없었던 형태다 보니 상상을 못하는 거죠. 결혼을 하지 않고서도 외롭지 않고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는 그림을 그리는 게 쉽지 않은데,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희망을 주는 책이라서 좋았어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어떤 게 필요할까요?


돈이요. (웃음) 돈과 친구와 일? 연애도 하면 좋겠죠.


앞으로 꾸려나가실 삶의 형태에 대해서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신가요?


현실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고 살 가능성도 크거든요. 그러면 혼자서 미래의 경제적 상황을 준비하는 것과 법적인 부부로서 준비하는 것 사이에 정책적인 차이가 크니까, 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투자에는 정말 관심이 1도 없었는데 최근에는 [투자입문] 클럽의 책을 읽어볼까 싶더라고요.


제가 [투자입문] 커리큘럼을 만드신 분을 인터뷰 했었는데, 믿고 읽으셔도 좋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웃음)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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